이양기의 등에 상처 낸 범인은 누구?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0.01 02: 46

과연 누가 그의 등에 상처를 냈을까요.
한화 9년차 외야수 이양기(30)에게 지난달 25일 대전 롯데전은 잊을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끝내기 중전 안타를 작렬시킨 겁니다. 그 순간 대전구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고, 이양기를 향한 환호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기 후 만난 이양기도 "야구를 시작한 뒤로 끝내기 안타를 친 건 처음이다.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그런데 이내 이양기는 등을 가리키며 "아파 죽겠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통상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를 향해 동료 선수들이 이른바 '구타 세레머니'를 하는데요. 누군가 이양기의 등을 잘못해 스파이크로 찍은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튿날 이양기는 병원에서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했습니다. 그는 "크게 다친 건 아니다. 그보다 예방차원에서 맞은 것"이라며 개의치 않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내 "나도 누가 그랬는지 궁금해서 동영상 리플레이를 해보고 사진도 찾아봤는데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한대화 감독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한 감독이 범인을 찾고자 용의자를 추려내며 '탐정'으로 변신했습니다. "아무래도 외야수가 그러지 않았겠어?"라고 운을 뗀 한 감독은 "같은 오른손 외야수인 오재필이랑 김준호가 유력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웃자고 내뱉은 한 감독의 특유의 농담인데요.
그런데도 한 감독의 추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습니다. "이양기가 우리팀 최고 대타 아닌가. 같은 오른손 대타인 나성용도 의심해 볼만하다". 순간 덕아웃은 웃음 바다가 됐습니다. 결국 범인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이양기도 농촌에서나 볼법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양기는 "서울에서 바티스타랑 목살이나 사먹어야겠다"며 '절친' 데니 바티스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평소 이양기는 원정 경기를 가면 바티스타와 함께 식사하며 그를 챙겨주는데요. 바티스타도 가장 친한 동료로 주저하지 않고 "양키"를 외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그날 이양기를 구타한 선수 중 가장 즐거운 표정을 지은 선수가 바로 바티스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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