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운' 좌완 에이스의 군 입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0.01 08: 00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고 최근 6시즌 동안 규정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며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었다. 누가봐도 한 팀의 좌완 에이스로 꼽기 충분한 투수건만 운은 그의 곁을 빗겨갔다.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에이스 장원준(26)의 모습이 더욱 애잔한 이유다.
장원준은 지난 9월 30일 사직 두산전서 4-3으로 쫓기던 2회 2사 2루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를 구원해  7⅓이닝 무실점(5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이날 구원승의 주인공이 된 장원준은 2004년 데뷔 이후 한 시즌 첫 15승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3위, 1일 현재)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장원준은 2005년 18승을 올리며 다승왕좌에 오른 손민한 이후 6년 만의 팀 15승 투수가 된 동시에 1996시즌 18승을 올린 주형광 투수코치 이후 15년 만에 팀 좌완 선발로서 15승에 성공한 좌완 에이스로 군림했다.
경기 당 기복이 심하다는 평을 받았던 장원준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기복 편차를 줄여가면서 명실상부한 좌완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현재 활약 중인 좌완 선발 요원 중 장원준이 밟은 4년 연속 10승 이상 기록을 달성한 이는 6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류현진(한화) 뿐이다.
그러나 롯데 팬들은 당분간 장원준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야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장원준은 결국 병역을 해결하지 못해 올 시즌 후 경찰청에 입대할 예정이다. 장원준이 맹활약한 시기 류현진을 비롯해 김광현(SK), 장원삼(삼성), 양현종(KIA) 등 타 팀의 좌완 에이스들도 좋은 활약을 펼친 불운이 겹쳤다.
매년 저평가된 장원준의 성적은 분명 높이 살 만했다. 3년 차 시즌 기복이 크기는 했으나 7승 12패 평균자책점 3.61의 성적에 179⅔이닝을 던진 장원준은 2007시즌에도 8승(12패)을 올리며 156이닝을 소화했다. 2008년 12승을 올리며 데뷔 첫 두 자릿 수 승수를 올린 장원준은 13승-12승-15승을 올렸다. 매 해 규정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는 성실성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엔트리가 발표되기 전 장원준은 "이제는 느린 변화구도 섞어던지면서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갖춰가고 있다.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면 크나큰 영광이다"라며 간절한 바람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태극마크의 꿈은 안타깝게도 그를 빗겨갔다.
올 시즌 병역 의무 이행을 앞둔 데 대해 순응하며 "그래도 15승은 거두고 싶다"라는 목표를 밝혔던 장원준. 그는 경기 후 "어릴 적부터 우상이었던 주형광 코치님 이후 좌완 15승을 달성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며 순간 경기에 혼신을 다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투구를 높이 샀다.
특히 장원준의 15승 경기는 레전드 투수 故 최동원의 추모행사가 열린 경기였다. 그에 대해서도 장원준은 "그동안 실제로 던진 것을 보지 못했지만 영상과 기록으로 접한 것 만으로도 대단한 최동원 선배의 영구 결번식에 걸맞게 이기는 피칭을 해서 기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 자신의 의무에 충실하고자 노력했고 9월 30일 그 결실을 보았다.
선수로서 절정기를 맞은 장원준의 투구를 2년 간 1군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은 선수 본인은 물론 팬들에게도 커다란 불운과 다름없다. 그러나 장원준은 현재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장원준의 15승 달성은 그래서 더욱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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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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