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28)가 SK 박정권(30)에게 배트를 선물하고도 혼쭐이 났다.
30일 SK와 삼성이 맞대결을 펼친 문학구장. SK 박정권은 덕아웃에서 서서 삼성의 타격 훈련이 한창인 배팅케이지를 응시하며 "왜 이렇게 안나오나"라고 애간장을 끓이고 있었다.
박정권은 이내 전주고 2년 후배 최형우가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 중심에 맞았는데 깨졌어. 좀 좋은 걸 줘야지. 뭐 그런 걸 주냐"라며 큰 목소리로 핀잔을 줬다. 박정권은 전날(29일) 경기 전 최형우로부터 배트 하나를 선물받았다.

이에 박정권을 보자마자 모자를 벗어 깍듯하게 예우를 갖춘 최형우지만 "아니 중심에 맞았는데 어떻게 부러질 수 있냐. 말도 안된다"며 허탈 웃음을 지었다. "새 방망이 줄게요"라고 최형우가 말했지만 박정권은 오히려 "그냥 지금 쓰는 배트 하나 두고 가라"고 억지를 부렸다.
사실 박정권은 전날 경기 5회 최형우의 방망이를 들고 나갔다가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끝에 볼이 맞으면서 방망이가 부서지고 말았다. 사실 박정권의 목적은 단순히 방망이 하나를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홈런왕 출신 최형우의 '기'를 받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타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박정권인 만큼 최형우의 기를 받아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타격 훈련을 마친 최형우는 자신이 쓰던 방망이를 박정권에게 직접 전하기 위해 SK 덕아웃까지 왔다. 그런데 마침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인 정근우를 발견한 최형우는 박정권에게 "못치니까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다"며 "좀 놀아주시라"고 선배 박정권에게는 핀잔을, 취재진에겐 당부를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최형우의 1년 선배 정근우가 "니가 뭔데 그런 말을 하냐"고 최형우를 장난스럽게 공격했고 박정권도 "니가 홈런 좀 치냐"며 협공에 나섰다. 최형우는 "해준 것도 없으면서"라며 원망하듯 뒷걸음질을 쳤다. 정근우는 박정권이 전날 최형우에게 받은 배트를 부러뜨리고 다시 받아낸 것을 알고 "어제 깨먹고 또 달라고 하냐"며 박정권에게 핀잔을 줬다. 박정권은 "오늘은 꼭 첫 타석부터 이걸로 치겠다"고 작정했다.
사실 박정권과 최형우는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 서로의 성공을 마음으로 빌어주는 사이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 결승전에서도 맞붙어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박정권은 "사실 형우 배트는 내게 맞지 않다. 길이도 길고 무게도 좀더 나간다"면서도 "그래도 올해 잘나가니까 보기 좋다. 그런 배트를 들고 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박정권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첫 타석에서 우익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4회와 7회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첫날 최형우 배트 효과는 전무한 셈이다. 하지만 배트가 깨지진 않았다는 점에서 박정권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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