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지난 9월 23~25일 대구 삼성 3연전에서 1위가 거의 확정된 삼성을 상대로 영봉패 스윕을 당했다.
넥센은 3경기 동안 단 8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치며 프로 통산 9번째 3경기 연속 영봉승 기록을 삼성에 선물했다. 사실상 꼴찌가 확정됐었던 넥센의 무기력한 모습인 듯 보였다. 그러나 넥센은 갈길 바쁜 팀들을 상대로 '고춧가루'의 진정한 매운맛을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문학 SK전. 전날 2위 롯데를 0.5경기 차로 추격한 3위 SK는 이날 넥센을 이길 경우 경기가 없던 롯데와 공동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넥센은 SK를 단 4안타로 묶으며 다시 한 경기 차로 끌어내렸다. 오매불망 2위 만을 바라보던 SK에게는 최하위 넥센에 당한 뼈아픈 패배였다.

다음은 5위 LG와 6위 한화가 차례로 넥센의 희생양이 됐다. 넥센은 지난달 29일 목동에서 6위 한화에 한 경기 차로 추격당하고 있던 LG를 5안타 무득점으로 봉쇄하고 이날 경기가 없던 한화와의 승차를 0.5경기 차로 좁혀놨다. 이미 포스트시즌이 탈락된 LG는 넥센에 패하며 5위 자리까지 위협당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넥센은 바로 다음날인 30일 목동 한화전에서 접전 끝에 3-0으로 승리를 거두고 한화를 다시 한 경기 차 6위로 되돌려보내면서 올 시즌 막판 5위권 순위싸움의 열쇠가 됐다.
이처럼 순위싸움 중인 상위팀들에게 일격을 가하며 오히려 순위싸움을 더 긴장되게 만들어주는 넥센의 '고춧가루' 본능은 넥센이 영봉패를 당하고 있더라도 상대팀이 절대로 넥센을 얕볼 수 없게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막판까지 이어진 순위싸움에서 1승을 갈구하던 팀들을 만나 '막내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넥센 주장 강병식(34)은 삼성 3연전 영봉패 후 선수들에게 "팀이 꼴찌라고 우리가 쳐져 있을 필요 있냐. 자신있게 끝까지 하자"고 독려했다. '어제 졌더라도 오늘 이기면 된다'는 넥센의 전신격인 현대 때부터 이어진 팀 분위기기도 했다. 다시 살아난 선수들은 3경기 연속 영봉패 굴욕을 기어코 3경기 연속 영봉승으로 씻어냈다.
넥센은 1,2일 홈에서 한화와의 두 경기를 더 남겨놓고 있다. 그 다음은 현재 6위 한화를 한 경기 차로 쫓고 있는 7위 두산과의 홈 2연전. 더 무서운 것은 넥센의 시즌 홈 승률이 5할4푼1리(총 승률 4할2리)에 달한다는 점이다. 올 넥센이 시즌 끝까지 어떤 마법으로 시즌 순위 싸움을 좌우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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