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건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02 07: 54

이 유물은 2011년 10월 1일, 옛 위례성 풍납토성 부근의 잠실구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정확한 발굴 장소는 경기장 터 좌측 부근에 '근성의 LG! 팀웍의 트윈스!'라는 문구가 써진 곳이었죠. 새하얀 상자 위에 고이 올려져있던 것으로 보아 야구를 즐기던 당시 선수들이 즐겨 썼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 안장 같이 생기기도 했고 심판이 쓰는 마스크 같기도 하네요. 또 어찌 보니깐 영화 '스크림'에서 쓰고 뛰어다니던 마스크와 닮기도 했네요.
사실 이 물건은 포수들이 고간을 보호하기 위해 차는 용구입니다. 한 포수는 우스갯소리로 "포수들이 착용하는 모든 보호용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야구공을 맞았을 때 안 아픈 곳이 어디 있겠냐만 이 보호구 없이 공에 직격한다면...상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린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가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희한하게 타자의 파울 타구는 포수 보호구를 피해 날아가곤 하는데요. 이것과 관련해서 올 시즌 가장 큰 고통을 당했던 선수는 넥센 히어로즈 포수 허도환입니다. 허도환은 7월 2일 목동 SK전에서 파울 타구에 두 차례나 급소를 맞았는데요.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보호용구를 피해 교묘하게 허도환의 급소를 노렸습니다. 엄청난 고통에 허도환은 일어날 줄을 몰랐지만 김동수 배터리코치가 와서 몇 마디 건네자 바로 일어나는 투혼을 발휘하며 경기에 임했습니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허도환에게 김동수 코치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보니 "너 계속 누워있으면 빼 버린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제 막 1군에 자리 잡는 허도환에게는 가장 무서운 말 이었겠죠. 그리고는 많이 괜찮아 졌는지 "사실 이닝 끝나고 화장실로 달려가 괜찮은 지 확인해 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이어 허도환은 포수의 고간 가리개에도 마치 옷처럼 사이즈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다음번에 각 구단 포수들의 용구를 볼 기회가 있다면 비교해 봐야겠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리틀야구 에서부터 포수는 힘들다는 인식이 박혀 있어서 서로 미루는 실정이라 합니다. 빛을 보기는 힘들고 고생만 많이 하는 포지션이라는 인식에 많은 학생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이다 보니 결국 좋은 포수를 찾기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죠. 실제로 포수는 경기 내내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하고 무거운 장비를 차는 것도 번거로우며 언제 공에 맞을지 모르는 공포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러한 포수들의 애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저 고간 가리개가 아닐까 합니다.
 
<위 기사는 베이스볼 허브에서 제공한 것으로 오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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