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스스로 발판을 만든거지".
한화 5년차 우타 외야수 김준호(27)에게 지난달 23일 대전 두산전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한판이었습니다. 이날 5-7로 추격한 9회말 2사 1·2루에서 1루 대주자로 출장한 김준호는 후속 타자 이대수의 좌익선상 2루타 때 동점주자가 되어 홈으로 쇄도했습니다. 그러나 홈을 불과 6~7m 앞두고 다리가 꼬여 넘어지는 바람에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무산시켰습니다. 경기도 그대로 한화의 6-7 패배로 끝났습니다.
이 장면을 야구관련 프로그램들이 놓칠리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김준호가 넘어지는 장면이 무한 반복돼 이제는 웬만한 야구팬들이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장면과 이름이 됐습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덕분에 이름 한번 제대로 알렸지"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큰 실수를 범했지만 한 감독은 특유의 농담으로 웃어넘기며 김준호의 실수를 감싸안았습니다. 한 감독은 "최선을 다하다보니 그런 것이지 일부러 그러고 싶은 선수가 어디있겠나"라며 이후 경기에서도 그를 대주자로 출장시켰습니다. 김준호도 "감독님이 웃으며 '거기서 왜 자빠지냐'고 농담해주신 덕분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감사해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김준호는 0-3으로 패색이 짙던 9회초 투아웃에서 대타로 나와 넥센 마무리 투수 손승락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터뜨렸습니다. 한화 이적 후 7경기 만에 터뜨린 의미있는 안타. 팬들은 김준호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고, 김준호도 내심 감격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감독은 "이제 조금만 잘해도 스타가 될 수 있다. 자기 스스로 스타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수를 했지만 이에 기죽지 않고 극복해가는 김준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해 했습니다. 한 감독은 "어깨 부상을 당하고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지만 하드웨어가 좋아 밸런스만 회복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넘어진 동점주자'라는 웃음과 눈물의 장면을 연출한 김준호의 활약. 앞으로 한 번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위 기사는 베이스볼 허브에서 제공한 것으로 오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