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비를 넘기면 더 좋아질 수 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주전 유격수 이대수(30)를 보면 걱정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한 감독은 "눈이 쑥 들어갔다. 요즘 많이 힘들텐데 이런 고비를 한 번 넘어가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격수라는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을 맡으며 3할 타율로 분전하고 있는 이대수에게 애틋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대수는 요즘 오른쪽 발뒤꿈치가 좋지 않다. 지난달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7회 우전 안타를 치고나간 뒤 1루 베이스를 밟는 과정에서 뒷꿈치를 다쳤다. 이에 앞서 4회 이대호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발목까지 다쳤으니 통증이 악화된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이대수는 경기 출장을 강행하고 있다.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애 첫 규정타석 3할 타율이다. 이대수는 올해 119경기에서 357타수 109안타 타율 3할5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격 랭킹 8위에 해당하는 고타율. 후반기에만 4할1푼4리라는 경이적인 타율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한대화 감독과 이대수 모두 "체력과 함께 타격시 중심이동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하나의 비밀은 배트무게. 그는 "배트무게를 밑둥보다 헤드에 늘렸다. 그리고 짧게 쥐고 정확하게 치려다보니 잘 맞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부상으로 페이스가 주춤했다. 부상 후 3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제외됐지만, 몸이 성치 않던 1일 목동 넥센전에는 선발출장하는 투혼을 보였다. 그는 "휴식일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큰 부상은 아니라지만 아직 수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답답해 했다. 한대화 감독도 "지금 우리팀에서 대수의 감이 가장 좋다. 대수가 빠지면 타선이 약해진다"고 말할 정도로 공수 양면을 통틀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부상은 규정타석 3할 타율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133경기 전체 일정을 마칠 경우 규정타석은 412. 이대수는 410타석을 소화했으니 잔여 4경기에서 2타석만 더 나오면 규정타석을 채우게 된다. 부상으로 정상 상태가 아니지만 대타로만 나와도 규정타석이 가능하다. 규정타석으로 3할 타율을 달성한다면 생애 첫 골든글러브도 가시화된다. 3할 타율뿐만 아니라 8홈런 50타점에 실책도 10개로 적다.
이대수의 경쟁자로는 그보다 한참이나 어린 김상수(삼성)와 김선빈(KIA)이 있다. 그는 "상수나 선빈이처럼 어린 친구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내가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며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올해로 서른살이지만 나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어린 선수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겠다는 의지였다.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문한 뒤 2개팀을 거쳐 한화의 주전 유격수가 된 이대수. 프로생활 11년 만에 최고 전성기를 맞이한 만 서른의 나이에 진짜 잔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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