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포' 오재필, 그를 바꿔놓은 15km 왕복 달리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0.03 00: 24

"그때 참 열심히 뛰어다녔다".
한화 7년차 외야수 오재필(29)이 주목받고 있다. 오재필은 지난 1일 목동 넥센전에서 데뷔 첫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2호 홈런. 그는 "어렸을 때 만루홈런을 몇 번 쳤지만 프로에서는 처음이다.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보다 기분이 더 짜릿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베이스를 도는 순간 그는 오른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에게는 바로 이날을 위해 뛰어온 지난날이 있었다.
오재필은 2008시즌이 종료된 뒤 군입대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한 오재필은 근무지에서 조치원에 위치한 집까지 약 7.5km 거리를 출퇴근할 때마다 뛰고 걷고 또 뛰었다. 왕복으로 15km 거리. 점심시간에도 일부러 그 거리를 뛰어다니며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재필식 장거리 왕복 달리기 훈련이었다.

그는 "운동할 시간이 많이 않아서 조금이라도 운동할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빠르게 걸으면 30분 정도 걸렸고, 뛰어가면 15~20분 정도 걸렸다. 점심시간에도 일부러 그 거리를 왕복으로 뛰어다녔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2년의 공백기 동안에도 그의 몸은 전혀 불지 않았다. 오히려 수술로 고생한 군입대 전보다 몸이 훨씬 좋아져 있었다.
오재필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러닝을 하면서 지방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나중에 팀에 복귀한 뒤를 생각하며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뛰어다녔던 게 복귀 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재필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구단 관계자도 "성실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고 증언했다.
몸은 만들어져 있었지만 2년간 공백기를 실감케 하는 감각이 문제였다. 좀처럼 타격감이 오르지 않았고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2군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방망이를 돌리며 15km 장거리 러닝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7차례 전신마취 수술로 아예 야구를 할 수 없었던 좌절의 시간도 떠올랐다. 그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기회. 9월 1군 엔트리 확대와 함께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9월 이후 19경기에서 37타수 10안타 타율 2할7푼 1홈런 11타점 2도루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4번타자 최진행이 밸런스 난조로 빠진 1일 넥센전에서 대수비로 들어간 그는 첫 타석부터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 그랜드슬램으로 기어이 사고를 쳤다. 그는 "뭐라도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고, 그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다.
오재필은 "그동안 팀에 입단한 뒤 맨날 수술만 하고, 별다른 도움이 된 적이 없었다. 잘려도 몇 번이나 잘려야 했다. 그런데도 믿음을 갖고 기회를 준 구단과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런 감사함을 알기에 15km 왕복 러닝도 매일 같이 너끈히 소화할 수 있었다. 그는 "나는 아직 많이 멀었다"고 인정했다. 그만큼 앞으로 달려야 할 탄탄대로가 오재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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