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하위의 3경기 연속 영봉승은 그 진귀성 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달 28일 문학 SK전에서 5-0 영봉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9일 목동 LG전에서 5-0, 30일 목동 한화전에서 3-0 영봉승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10번째 3경기 연속 영봉승이며 역대 최다 연속 영봉승 타이 기록이다.
지난 1일 목동 한화전을 앞둔 넥센 더그아웃은 영봉승 행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김시진(53) 넥센 감독은 "아마 한 팀 상대 3연속 영봉승은 있어도 각자 다른 팀을 상대로 한 연속 영봉승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기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한 팀을 상대로 3경기 연속 영봉승은 쉬울 수 있다. 첫 경기에서 기선을 제압하면 두 번째 경기는 쉽고, 세 번째 경기는 더 쉽다"면서 "하지만 각자 다른 팀을 상대로 계속 영봉승을 이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전에 우리 팀 타자들이 하도 못쳐서 '이제는 살아날 때가 된 거 아닌가' 했는데 사이클이 잘 겹쳐서 가능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팀내 베테랑 송지만(38) 역시 "영봉승을 했다는 것은 타자들보다는 투수들에게 더 좋은 일이지만, 타자들도 잘 치고 수비가 탄탄하게 잘 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송지만은 이어 "선수들이 저번에 3경기 영봉패 스윕(지난달 23~25일 대구 삼성전)을 당한 뒤로 마음을 다잡은 것 같다. 이 분위기가 계속 갔으면 좋겠다"고 영봉승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송지만에게 "오늘(1일)만 이기면 최다 기록"이라고 하자 "그걸 의식하면 더 신경쓰여서 경기를 잘 치를 수 없다"며 "그냥 욕심없이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봉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넥센이 3경기 모두 갈 길이 급한 팀들만 만났다"면서 "넥센 투수들도 잘했지만 상대팀 타자들이 오늘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더 위축되면서 점수를 내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꼭 쳐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그것이 압박이 돼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28일 SK는 넥센에 승리할 경우 롯데와 공동 2위를 앞두고 있었고, 29일 맞붙었던 5위 LG와 30일에 맞붙은 6위 한화는 이 두 팀이 한 경기 차로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던 때였다. 넥센은 이 3팀을 모두 차례로 누르며 상하위권 선두 싸움이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넥센은 지난 1일 한화에 9-11로 패하면서 3경기 연속 영봉승을 마감했고 최다 연속 기록 경신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달 27일 문학에서 최하위를 확정한 넥센이 상실감 없이 상위 팀을 상대로, 그것도 프로 통산 9번 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3경기 연속 영봉승을 이뤄냈다는 것은 팀내외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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