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이기도 했지만 기회였다. 그러나 결과는 더 멀어졌다.
SK는 1일 문학 삼성전에서 4-6으로 패했다. 이로써 SK는 2위 롯데에 1.5경기로 더 멀어졌다. 이제 SK 입장에서는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됐다. 롯데가 남은 3경기에서 2승만 해도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2위는 불가능하다.
SK는 3일 대구 삼성전을 치른 후 바로 다음날인 4일부터 광주 KIA 3연전을 치러야 한다. 쉽지 않은 여정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SK의 포스트시즌은 험난하기만 하다.

▲'줘도 못먹는' 전력의 현실
삼성과의 3연전을 치르기 전만 해도 SK에게 좋은 흐름이었다. 삼성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으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낸 채 SK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삼성은 승리를 확정지은 만큼 전체적으로 여유로웠다. 류중일 삼성 감독 역시 이만수 SK 감독대행을 만나 "5회까지 이기라"고 말했을 정도. 결국 필승조가 되기 전에 승부를 볼 수 있으면 보라는 자신감과 여유였다. 그러면서도 "이기는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강조, 져주기 의혹의 싹을 애초에 잘랐다. 삼성은 3연전 내내 승부를 빠르게 가져가면서 집중력을 조금은 잃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SK였다. 29일 3연전 첫 경기에서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어 30일에는 2-0으로 이겨 기사회생하나 했지만 이날 다시 패했다. 1승1무1패. 3경기 모두 잡을 수 있는 찬스였지만 속출한 부상자 때문에 풀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선발진이 부족했고 결정타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줘도 못먹는다"며 농을 곁들였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막판까지 총력전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의 집 잔치, 3년만의 홈최종전 패배
SK는 1일 삼성에 4-6으로 패할 때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해야 했다. 그러나 3명의 타자가 맥없이 범타로 물러났다. 결국 '끝판대장' 오승환은 시즌 47세이브째를 거뒀다. 2006년 세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 그리고 연속 경기 세이브를 '25'로 늘렸다. 둘 모두 아시아신기록이기도 했다.
오승환이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SK 선수단은 현수막을 들고 1루 홈측 덕아웃 앞에 도열해 있었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념했고 4번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었다. 2008시즌 이후 3년만에 홈 최종전에서의 패배이기도 했다. 여러 모로 아쉬운 한판이었다.

▲감동 덜했던 김재현 은퇴식
경기 전 김재현의 은퇴식이 열렸다. 내년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는 김재현의 은퇴식은 성황리에 열렸다. 그러나 이날 팀 패배로 빛이 조금 바랬다. 관중석에도 빈자리가 많았다. 더구나 김재현의 은퇴식은 지난 6월 두 차례 연기되면서 조금 진이 빠졌다.
주장 이호준을 비롯한 선수단은 선수 은퇴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전 주장 김재현에게 승리를 바치고 싶었다. 하지만 선발 글로버가 초반 일찍 강판되면서 재정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타선은 '대타 김재현'을 더욱 그리워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SK는 이날 한 시즌 최다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2만6578명의 관중이 입장, 총관중 99만8615명(평균 1만4905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초 목표였던 100만 관중 돌파는 실패로 돌아갔다. 많지도 않고 1385명이 모자라 더욱 아쉬웠다.
인천=박준형 기자 /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