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강타자 최형우(28, 외야수)의 최근 컨디션은 엉망이다. 장염에 시달려 온 몸에 힘이 빠졌고 감기 기운 탓에 코를 훌쩍 거렸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여유를 부릴 법하지만 그럴수록 스파이크끈을 조여맨다.
최형우는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어디 한 군데 부러지지 않는 한 무조건 경기에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그날까지 전력 질주하겠다는게 그의 각오. 또한 그는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빼놓을 수 없다.
최형우는 1일 문학 SK전에서 2타점을 추가하며 이대호(롯데)와 함께 타점 부문 공동 선두(112개)로 올라섰다. 데뷔 첫 타이틀 획득의 기회. 더욱이 3관왕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결코 놓칠 수 없다.

그래서 최형우는 "이제부터 진검 승부"라고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내친 김에 타점왕까지 거머 쥘 태세. 삼성은 롯데보다 잔여 경기가 1경기 더 많아 최형우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 최형우는 "여기까지 왔는데 무조건 도전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목동 넥센전서 29호 대포를 가동한 뒤 손맛을 만끽하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아홉수 징크스가 재현되는 것일까. 그에게 30홈런 이야기를 꺼내자 "나는 오죽하겠냐. 미친다 미쳐"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하루 빨리 30홈런 고지를 밟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그래도 그는 "반드시 30홈런을 돌파하겠다"는 약속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잠실 두산전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은 뒤 마음 편히 개인 타이틀 경쟁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형우는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 후 마음은 편한데 스윙이 커지는 느낌도 든다. 코치님들이 동료 선수들에게 '최형우 앞에 주자를 모아주고 주자가 없을땐 한 방을 노리라'고 하신다"고 웃었다.

2008년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끌었던 그는 올 시즌 국내 최정상급 거포 대열에 합류했다. 자연스레 그는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칭찬 일색이다. 그는 자신의 기사를 꼼꼼히 챙겨 보는 편이다.
특히 기사 내용 중에 '최형우가 없었다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다' 또는 '최형우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일등공신이다'는 표현이 나올때면 흐뭇하단다. "그런 표현을 볼때마다 뭔가 보탬이 됐다는 느낌이 든다".
삼성은 지난해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무너졌다. 사자 군단의 붙박이 4번 타자 최형우는 "올해 만큼은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꼭 하고 싶다".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최형우는 "지난해보다 투타 전력이 강해졌고 선수단 전체에 지난해의 아쉬움을 설욕하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방출과 재입단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삼성의 4번 타자이자 국내 최정상급 거포로 자리매김한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보여주며 정상 등극을 이끌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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