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의 독특한 시구가 비난받는 이유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0.03 07: 42

팝 아티스트 낸시랭(32)이 2일 목동 넥센-한화전에서 시구 행사를 가졌습니다. 낸시랭은 평소 튀는 행동대로 어깨에 고양이 인형을 얹고 그라운드에 나와 주의를 끌었는데요.
그녀가 시구를 하자 목동구장은 침묵으로 뒤덮였습니다.
바로 낸시랭의 특이한 시구 모습 때문입니다. 낸시랭은 볼링을 하듯이 공을 그라운드에 굴려 포수에게 보냈습니다. 나름대로 야구는 공을 던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평상시와 다른 시구자를 접한 현장의 팬들은 시구 후 박수조차 제대로 치지 않았고 넥센 측 관계자도 독특한 그녀의 시구에 당황한 듯 "물의를 일으킨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곧 인터넷은 그녀의 시구를 "개념 없다", "야구를 모욕했다" 등으로 비판하는 댓글들로 가득찼습니다. 가끔 "참신했다", "재밌었다"는 옹호론도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중 한 댓글이 눈에 띄더군요. "낸시랭이 한 번이라도 마운드에 서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야구인들에게 그라운드는 꿈의 무대입니다. 고교 야구선수들은 한 번이라도 프로 무대를 밟아보고 싶어하고 2군 선수들은 1군에서 뛸 날만을 꿈꿉니다.
하지만 고교 야구선수들 중 프로로 뛰는 선수들은 약 10%에 불과합니다. 그 중에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선수들은 더 적습니다. 수많은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1승을 올리거나 1안타도 제대로 쳐보지 못하고 프로 생활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야구인 외에 그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제대로 그라운드를 밟아볼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구자들은 특별한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여자 연예인들이 제대로 된 시구를 하면 '개념 시구'라는 수식어가 붙죠. 그것도 야구 무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개념'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이것은 야구가 대단한 스포츠라서가 아닙니다. 엄청난 땀방울을 흘린 대가로 그 마운드를 밟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낸시랭은 비록 재미로, 예술이라는 의미로 그런 퍼포먼스를 했겠지만 그것을 지켜보던 수많은 선수들과 팬들은 동경의 무대에 대한 허탈함을 느꼈을 겁니다.
낸시랭은 시구자로 선정된 뒤 "꿈에 그리던 시구를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멋진 시구가 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게 과연 누구에게 멋진 시구였을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 합니다.
/ 가을노을
=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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