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빠진 '1박2일'이 첫 전파를 탔다. 출범 후 줄곧 '리더'로 자리매김했던 강호동의 부재는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의 염려를 샀던 게 사실. 하지만 5명 멤버들의 첫 발은 기대이상으로 당당하고 거침없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5인 체제가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었다"는 호평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은 지난 3일 방송분에서 강호동 잠정 은퇴 후 첫 녹화분인 '전국 5일장 투어'를 펼쳤다. 엄태웅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이승기 등 5명의 멤버들은 오프닝 초기, 강호동의 공백을 실감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우리끼리 더 열심히 잘 해보자"는 다짐을 전하며 쾌활한 출발을 알렸다. 평소 순진하고 부끄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엄태웅은 숨겨왔던 몸 개그를 뽐내며 적극성을 드러냈고 이승기나 이수근 등 '예능 선수'들 역시 이전에 비해 한층 전면에 나서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렇다면 강호동이 없는 앞으로의 '1박2일', 리더는 누가 될까.
이승기 '왜 승기승기하나 했더니..'


명불허전이었다. 이승기는 '1박2일' 멤버들 중 가장 막내 포지션이면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예능 선수'답게 능수능란한 활약상을 펼쳤다. 특히 강호동과 '1박2일'을 비롯, SBS '강심장'에서도 콤비 호흡을 맞췄던 그이기에 방송 내내 다른 멤버들을 압도하는 입담과 진행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나 막내지만 강호동에 버금가는 존재감과 유명세를 갖춘 점이 이승기의 최대 강점으로 보인다. 시골 장터에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 등 시민들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곤 마치 강호동 대하듯 허물없고 정겹게 굴었다. 장터의 면면을 소개하는 가운데서도 자연스러운 입담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엄태웅 '이런 모습 처음이야!'
의외의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다. 엄태웅은 강호동의 공백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고 어색해하는(?) 멤버다. 가장 뒤늦게 팀에 합류했을 뿐 아니라 '맏형' 강호동의 보호와 애정 속에 예능 도전에 나섰기 때문. 엄태웅 스스로도 강호동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무척이나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막상 강호동이 떠난 자리, 엄태웅은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로 '센터' 자리를 꿰차고 발군의 활약을 보여줬다. 본업이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망가지는 몸 개그를 서슴지 않았고 "내 위주로 해"라는 익살을 떨기도 했다. 나이를 떠나 다섯 멤버들 중 예능 경험이 가장 적은 인물이지만 오히려 신선한 매력에 책임감까지 더해져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수근 '막강 감초에서 메인으로?'
요즘 '대세' 이수근은 역시나 큰 웃음을 책임지는 데 탁월했다. 아무래도 강호동이나 이승기 등 메인 MC들 곁에서 그들을 보조하고 전체 분위기를 콘트롤하는 감초 역할이 익숙한 것도 사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정글에서 이수근의 개그는 적재적소에서 분위기를 살리고 웃음을 생산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특히나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망가질 수 있는 코미디언 특유의 자세와 종종 눈물을 훔치는 인간적 매력이 공존하며 호감도를 높인다. 5인 체체 첫방에서 역시 이수근은 눈에 띄게 나서지 않으면서도 감초로서의 본분을 200%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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