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윤민수에게 필요한 건 뭐?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10.04 16: 16

MBC '나는 가수다'의 관객들이 가수의 1회 공연보다는 그동안 쭉 이어진 '히스토리'에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날의 공연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완성도 보다는 가수가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떻게 변했는지에 관객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최근 사례는 '나는 가수다'에 혜성 같이 등장했다가 최근 하위권으로 뚝 떨어진 윤민수다. 크게 포효하는 창법과 풍부한 감정 등 한국 대중이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춘 그는 지난 8월 '나는 가수다'에 합류하자마자 상위권에 안착하며 블루칩으로 떠올랐으나, 6라운드 1차 경연에서 6위, 2차 경연에서 7위라는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감정이 풍부하지만 다소 과잉이고, 관객보다 먼저 운다는 단점이 지적됐으나 윤민수가 자신의 색깔을 고집한 데 따른 결과. 지난 중간평가 때에도 조용필이 '감정을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으나 윤민수는 2차 경연에서 '창밖의 여자'를 부르며 특유의 처절한 창법을 유지했다. 물론 이는 방송을 위해 짧게 편집된 것으로, 실제 공연은 보다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과는 7위로 관객들 역시 윤민수의 무대에 '짠 점수'를 줬다.
그러나 윤민수가 처음부터 같은 창법과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극과 극의 반응은 다소 당혹스럽다. 그의 창법에 표를 몰아줬던 관객이 돌아서는 데에는 두달이 채 걸리지 않은 것. 변덕스러운 관객의 '표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자기 색을 과감하게 벗어나는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무대 자체의 완성도 보다는 이 가수가 얼마나 노력을 했고, 신선한 무대를 보여줬느냐에 점수를 주는 '주관적인'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악' 외에 다른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것. 자기 색깔을 유지하는 '고집'보다는 불안에 떨며 '도전'하는 데에 더 후한 관객의 '잔인한' 심리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자우림이 자신들의 콘서트 무대를 방불케 하는 공연을 펼치고도 연속 7위와 6위를 차지하다가, '재즈카페' 무대서 완전히 색다른 편곡을 선보여 곧바로 1위에 올라선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고래사냥'으로 자우림 특유의 화끈한 무대 매너에 매료, 단번에 1위에 올렸던 관객들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매직 카펫 라이드' 등 다음 공연에는 확연히 시큰둥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자우림이 또 한번 반전을 시도하자 곧바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바있다.
관객들이 해당 경연 자체만 보는 게 아니라, TV로 이전의 경연을 모두 본 상태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해당 가수의 흥미진진한 히스토리나,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무언가에 점수를 준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만약 자우림이 첫 경연때 '매직 카펫 라이드'를 불렀다면 해당 공연으로 1위를 차지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못보던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호와 바비킴은 그 '신선함'이 좀 늦게 통한 경우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들이 자신의 색깔을 맘껏 발산하자 곧바로 1위라는 성적을 안게 됐다. 긴장감을 이겨내고 비로소 자기 무대를 소화한 이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들의 딜레마도 이제부터 시작일 예정. 2~3주 후에는 또 다른 색깔을 원할 게 분명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는 가창력 그 자체보다는 영민한 '플레이'가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이다. 가요계에서는 프로 가수에게 자기 색깔을 버려보라고 요구하는 이 프로그램이 잔인하다고 의견도 없지 않다. 한 톱가수는 "가수에게 있어 자기 색깔은 분명 딜레마다. '나는 가수다'가 이를 극명하고 간략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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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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