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별 얘기 다 듣고 여기까지 왔다”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10.03 19: 02

배우 김선아가 영화 ‘투혼’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당차게 삶을 개척해 가는 암 환자로 호연, 배우로서의 진가를 입증한 바 있는 김선아가 아이러니하게도 또 시한부 인생을 택했다.
극 중 김선아는 왕년의 슈퍼스타에서 고물투수로 전락한 뒤 사고만 치고 다니는 남편 ‘윤도훈’(김주혁)에게 ‘인간이 되는 법’을 일깨워주는 그림자 같은 아내 ‘오유란’ 역을 맡아 그림자 같은 아내, 절절한 모성애를 보이는 엄마로 열연했다.

김선아가 영화 ‘투혼’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올해 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하면서 비로소 ‘삼순이’를 벗어났다. 그간 여러 타이틀이 있었지만 눈물의 여왕부터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사실 이런 연기를 그간 안해왔던 것도 아니다. 드라마 ‘씨티홀’에서도 어떻게 보면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했다. 하지만 배우의 이미지는 홍보적인 이미지에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이런 부분에 크게 신경 안 쓰게 됐다. ‘투혼’을 먼저 선택했고 그 다음 ‘여인의 향기’ 제의가 들어왔는데 시한부라는 소재보다 작품 안에서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가는 게 중요했다. 시한부라는 단어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인생이다.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김선아는 대중들에게 ‘낯선 여자’였다.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는 CF 카피는 김선아를 단숨에 주목받는 연기자로 끌어올렸고,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김선아는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그 후 김선아는 다시 ‘삼순이’가 됐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배우 김선아는 사라지고 대중에겐 삼순이만 남았다. 김선아가 어딜 가든, 어떤 작품을 하든 ‘김선아=김삼순’이란 공식으로 대중은 그를 인식했다.
김선아에게 ‘김삼순’은 어떤 의미일까.
“삼순이는 인간 김선아가 아니라 배우 김선아를 만들어 주는데 있어서 큰 토대를 마련해 줬다. 예전에 난 ‘낯선 여자’로 통했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이후엔 밝은 역할을 맡았을 때 주변에서 그렇게 안 어울린다고 했다. 삼순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작품을 하든 삼순이로 비춰지는 게 컸다. 삼순이 이전에 나는 없더라. 어느 날부터는 울타리에 갇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부터는 무의미해지더라. 나에게 삼순이는 또 다른 김선아고, 이젠 그 이미지를 그냥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굉장히 편안하다.”
김선아는 연륜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답게 넓은 관점에서 대중의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알았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대중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에 대해 상처받고 신경 쓰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개척하며 대중들의 평가를 받아들일 줄 아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낯선 여자와 삼순이는 극과 극의 이미지였다. 그렇지만 어짜피 그들은 모두 내 모습이다. 이연재 역시 또 다른 나다. 대중이 내가 맡은 캐릭터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지켜보니 (예전과는 달리) 이제 재미있다. 대중이 원하는 대로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가 움직이는대로 대중이 반응한다. 연기력 논란, 발음 문제 등 별 얘기 다 듣고 여기까지 왔다. 그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도 있다. 이젠 마음 가는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연기는 산수(算數)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자신의 직관대로 연기 인생을 살고 있는 김선아. 대중에 휩쓸리지 않고 신념을 지킨 덕분일까. 이제 김선아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여배우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김선아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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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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