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조용하고 듬직하게 자리를 지킨 양의지 선수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해요".
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서울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최종전은 마지막 홈경기를 아쉬워하며 이듬해 봄을 기약하려는 두산 팬들로 가득했다. 이미 두산은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이날 경기가 잠실구장에서 갖는 최종전이었다. 경기 내내 두산 팬들은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함성을 내질렀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가를 열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이날 최종전을 찾은 또 한명의 '두산 광팬'이 있으니 바로 정운찬(64) 동반성장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서울대 교수 시절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두산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열성팬이다. 잠실구장 본부석에 자리를 잡은 정 위원장은 양 팀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때론 탄성을, 때론 탄식을 내뱉으며 경기에 몰입했다.

5회말이 종료된 뒤 클리닝타임에 만난 정 위원장은 "매년 잠실구장은 35경기 이상 올 정도로 두산을 좋아한다"면서 "그런데 올 시즌엔 바빠서 오늘까지 15경기 정도밖에 못 왔다"고 아쉬워했다.
정 위원장에게 야구팬의 시각에서 두산의 올 시즌 총평을 부탁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미리 생각했다는 듯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탈락이란 성적을 거뒀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 했다"면서 "이제까지 '감과 뚝심'의 야구를 했던 두산이 시즌 도중 '데이터와 통계'야구로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성적의 하락이 온 것 같다"고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내친 김에 정 위원장에게 '올 시즌 두산의 MVP'를 꼽아 달라고 하자 "항상 조용하고 듬직하게 자리를 지킨 양의지 선수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 한다"면서 "그밖에도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종욱 선수와 손시헌 선수도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활짝 웃었다.
끝으로 정 위원장은 "벌써 이틀 동안 두산이 LG한테 이긴 거 맞죠?"라고 묻더니 "그래도 시즌 막판 두산이 라이벌을 상대로 3연승을 하면서 자존심을 세운 것 같아 위안이 된다"며 '정치인 정운찬'의 계산된 발언이 아닌 '야구팬 정운찬'의 솔직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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