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실책으로 나타난 8개 구단의 희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0.04 08: 53

수비 실책. 의외의 곳에서 일어난다.
지난 3일 잠실 두산-LG전. LG가 1-5로 뒤진 4회 구원투수 한희가 2사 1·3루 오재원 타석에서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나 한희의 견제구는 원바운드로 향했고, 1루수 이택근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그 사이 두산 3루 주자 김재호가 홈을 밟으며 추가점을 올렸다. 투수의 악송구가 추가 실점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투수는 '제5의 내야수'로 불린다. 공을 던진 후 곧바로 수비로 전환해야 한다. 주로 땅볼과 번트 타구를 처리하지만, 종종 라이너 성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본능적으로 캐치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1루수가 베이스를 비웠을 때에는 1루 베이스 커버도 들어가야 한다. 1루수의 수비가 나날이 중요해지듯 투수들의 수비력도 중요시되고 있다. 투수들의 실책은 곧 실점 연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리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하위권 팀들의 투수들이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경기흐름을 내준 경우가 적지 않았다. 투수들에게 기록되는 실책은 주로 번트 및 땅볼타구 또는 견제구 과정에서 나오는 악송구가 상당수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실책이 터진다. 당연히 승부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창단 첫 최하위가 확정된 넥센은 올해 투수 실책이 18개로 가장 많은 팀이다. 8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금민철이 5개 실책을 저질렀으며 브랜든 나이트와 이보근이 3개로 뒤를 잇는다. 이외에도 넥센은 7명의 투수들이 하나씩 실책을 범했다. 18개 실책 중 11개가 실점으로 이어졌고, 그 중 4개는 결승점이 직결된 뼈아픈 실책이었다.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와 두산도 투수들의 실책이 잦았다. LG가 11개, 두산이 10개의 투수 실책을 저질렀다. LG에서는 레다메스 리즈가 무려 4개 실책을 남발했고, 두산에서는 8명의 투수들이 번갈아가면서 실책했다. LG는 11개 중 7개, 두산은 10개 중 6개가 실점으로 직결됐다. 그 중 결승점은 LG가 1개, 두산이 3개였다.
이어 SK가 8개, KIA·한화가 7개, 롯데가 6개로 투수실책의 뒤를 잇고 있다. SK는 외국인 투수들이 절반에 해당하는 4개를 차지했고, KIA는 트레비스 블랙클리 혼자서 4개를 범했다. 올해 리그 유일의 세 자릿수 실책(102개)을 기록 중인 롯데는 투수 실책이 뒤에서 두 번째로 적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 삼성은 KIA(65개)-SK(66개) 다음으로 실책이 적은데 평균자책점(3.34) 1위에 빛나는 투수들이 수비에서도 완벽에 가까웠다. 차우찬이 기록한 2개가 투수 실책의 전부. 그마저도 실점으로 연결된 건 한 차례 뿐이다. 강팀일수록 기본기에 충실한다는 것이 입증된 대목. 작은 부분에서 큰 차이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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