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마지막 3연전을 앞둔 1일 잠실구장. 보통 경기 전 훈련은 홈 팀이 먼저 시작해 경기 시작 2시간 전 종료하고 그라운드를 원정 팀에게 넘겨준다. 이번 3연전은 두산의 홈경기로 치러졌기에 먼저 훈련을 실시해야 할 쪽은 두산. 그렇지만 두산 선수단은 훈련 시간이 다 지나가도록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몇몇 선수만 캐치볼을 한 이후 들어갔다.
이후 두산은 2일과 3일 경기에서도 모두 훈련을 최소화했다. 배팅 케이지에서 한 번씩 타격 연습을 하고 가볍게 스트레칭과 워밍업만 소화한 뒤 LG에 그라운드를 넘겼다. 이윽고 LG 선수단의 기합 소리와 타격 소리가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일각에서는 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두산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두산은 이번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LG를 7위로 밀어내고 6위 자리에 올라섰다. 타선은 간만에 시원하게 폭발했고 선발 투수들 역시 제 몫을 다했다.

▲ 과감한 훈련 생략, 로이스터 즐긴 방법
올 시즌과 비슷하게 지난해 롯데도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개막 후 2연패 후 1승, 3연패 후 1승을 하며 하위권에 처져있던 롯데는 5월 중순 4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급락했다.
당시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연패에서 꺼내든 카드는 경기 전 훈련 생략. 평소였으면 6시 30분 경기를 앞두고 3시 조금 넘어서부터 훈련을 시작했어야 정상이지만 당시 롯데 선수단은 경기 시작 30분 전이 되어서야 경기장에 나타나 가볍게 스트레칭만 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롯데는 그 경기에서 연패를 끊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로이스터 감독은 국내 감독보다 자주 훈련을 생략해 선수들의 체력을 보호하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로이스터 감독과 같이 연패에 빠진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훈련을 생략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두산은 지난달 27일 잠실 삼성전 이후 1일 경기 전까지 4연패 늪에서 허우적댔다. 그 과정에서 결국 한화에게 6위 자리를 빼앗기고 7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리고 두산은 사직 원정에서 바로 돌아온 1일, 과감하게 훈련을 생략했고 LG를 9-1로 제압하고 연패를 끊는 데 성공했다.
▲ 시즌 막판 휴식, 선수들에겐 '꿀맛'
1일 경기 전까지 두산이 10경기에서 얻은 총 득점은 38점으로 경기당 3.8점 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 두산의 경기당 평균 득점이 4.6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득점력이 떨어져 있었다. 또한 10경기 평균 실점은 5.8점으로 시즌 경기당 평균 실점 4.7점보다 높았다. 결국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은 3연전 동안 훈련을 생략했다. 그 결과는 경기당 평균득점 9점, 평균실점 2점으로 나타났다. 결국 두산은 LG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는 데 성공했다. 더스틴 니퍼트-김선우-김승회 모두 선발승을 챙기는데 성공했고 타선은 쳐야 할 때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일단 선수단이 시즌 막판 너무 지쳐있었다"면서 "게다가 부산에서 밤 늦게 올라온 선수단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1일 경기에서는 훈련을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거의 시즌도 끝나가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는데 결국 그 덕분에 선수들의 집중력과 체력이 많이 회복되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 두산은 133경기 가운데 131경기를 소화했다. 남은 경기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2경기. '경기 전 훈련 생략'으로 재미를 본 두산이 과연 시즌 끝까지 같은 방식을 고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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