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어쩌다 7위까지 추락했나?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0.04 10: 23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되어버렸다. LG 트윈스가 올 시즌 처음으로 7위로 추락했다. 추락하는 LG에게는 날개가 없었다. 시즌 초 공동 1위까지 올라갔던 기쁨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LG는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 벤자민 주키치가  4회에 무너지는 등 투타에서 불균형을 이루며 4-7로 완패했다. 최근 5연패에 빠진 LG는 58승1무71패를 기록하면서 시즌 첫 7위가 됐다. 전날(2일)까지 두산과 함께 공동 6위를 달렸던 LG는 두산과 잠실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주며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무엇이 LG를 7위까지 떨어지게 만들었을까.

▲장기간 훈련이 부른 부상 도미노
LG의 추락은 놀랍다. LG는 시즌 초 연전연승을 달리며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마친 직후 남해, 진주를 시작으로 미국 플로리다까지 이어진 마무리 훈련이 약보다는 독이 됐다.
사실 훈련 기간은 70일 정도 될 정도로 길었다. 그러나 훈련 강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물론 신인급 선수들은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지만 주전급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주전급들에게는 휴식도 아니고, 훈련도 아닌 시간이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4월말 유격수 오지환의 손목 부상을 시작으로 우익수 이진영도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하며 한달 가까이 치료와 재활을 거쳤다. 이대형도 김수완의 투구에 복사뼈에 금이 갔고, 슬라이딩 도중 어깨도 다쳤다. 이대형을 대신해 중견수로 투입된 이택근도 수비 도중 허리를 다쳤고, 오지환 대신 유격수로 들어간 박경수도 손목을 다쳤다. 이 때문에 6월 한 때는 선발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빠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주전 야수들의 연쇄적인 부상이 이어지자 팀 성적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곤두박질쳤다.
3일 경기 전 박종훈 감독도 지난해 마무리훈련이 많은 것이 올 시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그는 "일단 (훈련)할 것은 해야겠지만 지난해 비춰보면 그게 (성적 부진의)원인이 아니었나 싶다"면서 "어떻게든 변화는 줘야 할 것"이라고 말해 지난해와는 달리 시즌 종료 후 훈련 일정에 여유를 둘 뜻임을 내비쳤다.
▲부상이 부른 투타 밸런스 붕괴
부상은 신체의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왼 허벅지 근육이 약해졌을 경우 반대쪽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오른 허벅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허벅지 근육이 약해지면 허리 근육에 힘이 들어가 허리까지도 다칠 가능성이 그 만큼 올라간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대형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들어간 이택근이 부상을 당했고, 오지환의 자리에 들어간 박경수도 결국 부상을 겪게 됐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다 다친 만큼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타선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LG는 투수력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LG는 시즌 초 박현준, 주키치, 리즈로 이어지는 1,2,3 선발들의 호투 덕분에 연승은 많은 반면 연패는 드물었다. 6월 초까지는 이 분위기였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상대 타자들에게 공의 움직임이 노출됐고, 무더위 속에서 투수들의 체력마저 떨어졌다. 타격에서 무너진 밸런스가 투수쪽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LG는 지난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 시간 3시간을 남기고 넥센과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심수창과 박병호를 보내고 선발 요원인 김성현과 마무리 투수 송신영을 영입했다. 그러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김성현은 LG 이적 후 1승에 그쳤고, 송신영은 등판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9년 연속 PS 탈락이 가져온 상실감
LG가 7위까지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은 선수들 마음속에 있는 상실감이다. 선수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단체로 훈련을 했다. 하고 싶던, 하기 싫던 어찌됐던 훈련을 했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즌을 시작했다.
효과는 있었다. 시즌 초 잠시 SK와 공동 1위에도 오른 LG는 6월 초까지 줄곧 2위권을 지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열심히 훈련한 만큼 올해는 가을야구를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LG는 줄곧 연패의 늪에 빠지더니 전반기 마지막 넥센과 3연전을 모두 내주며 5할 승률로 끝냈다. 지난 6월 11일 승패에서 '+10'까지 갔으나 한 순간 '±0'이 됐다. 이 순간 롯데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며 호시탐탐 4위 자리를 노렸다.
그러다 LG는 지난 8월 3일 시즌 처음으로 5위로 떨어진 뒤 9월 24일자로 트래직 넘버에 걸리며 4강 탈락이 확정됐다. 한 순간 목표가 사라진 LG는 이후 연패를 거듭하다 1일부터 3일까지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3연전을 모두 내주며 단숨에 7위까지 떨어졌다.
또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쓴 잔을 마신 LG. 이제 오늘부터 잠실에서 삼성과 홈3연전을 남겨놓고 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역시 중요한 만큼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5위로 끝날지, 7위로 끝날지는 이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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