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필요한 벤치 클리어링, 방망이는 넣어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04 08: 45

지난 3일 두산과 LG의 잠실 경기를 앞두고 전날 있었던 두 팀의 벤치 클리어링이 다시 화제에 올랐습니다.
2일 양 팀의 대결은 두산이 LG에 7회까지 10-1로 크게 앞서 사실상 승부가 일찍 갈렸습니다. 이때 LG 유원상이 7회 2사 후 두산 오재원의 머리 뒤쪽으로 공을 던졌고 이를 빈볼이라 판단한 오재원은 방망이를 던지고 투수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바로 그 순간, LG 1루수 이택근이 달려와 오재원을 밀었고 결국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팽팽한 대치를 했습니다. 오재원은 화를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고, LG 최고참 큰 이병규와 김동주까지 목소리를 높이는 등 7분 간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사실 선수가 다치지 않는 한 벤치 클리어링은 야구에 있어서 어느정도 필요하긴 합니다. 단체 스포츠인 야구는 팀원의 단결력이 중요한데 벤치 클리어링은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그래서 야구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에 불참하는 선수에 대해 팀 내에서 제재를 가하기도 합니다.
LG 덕아웃을 찾은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는 "분명히 벤치 클리어링은 필요하다"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사건이 생각이 난듯 "근데 정말 방망이만 들고 설치지만 않으면 된다"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김 전 코치가 떠올린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2006년 8월 6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 롯데의 경기에서 3회초 롯데의 펠릭스 호세가 SK 선발 신승현의 공에 옆구리를 강타당했습니다. 흥분한 호세는 그 위압감 넘치는 몸짓으로 신승현에게 항의했고, 신승현 역시 질세라 언성을 높였습니다.
결국 호세는 신승현을 잡기 위해 마운드로 달려갔고, 신승현은 글러브를 던져 호세의 시야를 흐트린 후 덕아웃으로 도망갔습니다. 여기까지만 됐으면 사건은 쉽게 끝났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신승현은 기어코 배트를 꺼내들고 호세를 향해 갔고, SK측에서 힘써 말렸지만 그 광경을 본 호세는 더욱 흥분해 신승현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SK에서는 여러 선수가 호세에게 달려들어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흥분한 그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호세는 마치 장판파를 마음껏 누비던 조자룡과 같아 보였는데요.
결국 10여명이 달라붙어서야 호세를 넘어뜨려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두 선수는 곧바로 퇴장을 당했습니다.
사실 호세가 그토록 흥분했던 이유는 신승현이 배트를 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야구장에는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물건들은 신성한 야구경기를 위해 존재하는 도구이지 결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흉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 사건 이후 이렇다할 대규모 벤치 클리어링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세싸움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 접어들면 또 나오지 않을까 우려도 됩니다. 부디 선수들, 벤치 클리어링을 하더라도 맨몸으로, 맨손으로 가볍게(?) 하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신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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