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의 30홈런 달성이 드라마틱한 까닭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1.10.04 10: 36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야구에는 인생의 모든 요소가 담겨 있다. 특히 시련을 딛고 재기한 선수들의 성공 스토리는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삼성 라이온즈 강타자 최형우(28, 외야수) 역시 마찬가지. 소속 구단에서 퇴출 통보를 받았던 쓰라린 과거도 있었다. 하지만 '위기 뒤 찬스'라는 야구계의 속설처럼 2년간 경찰청 야구단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는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해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2007년 2군 북부리그서 타율 3할9푼1리 128안타 22홈런 76타점 72득점으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형우는 삼성에 재입단한 뒤 "경찰청에서 뛰었던 2년간의 세월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반드시 성공하겠다.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봤기에 야구의 소중함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최형우는 2008년 삼성의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며 전 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6리(384타수 106안타) 19홈런 71타점 68득점으로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등극했다.

그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해마다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 최형우는 2009년 23개의 아치를 쏘아 올린 뒤 지난해 24홈런을 터트리며 이승엽(35, 오릭스)의 계보를 이을 좌타 거포로 성장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올 시즌 붙박이 4번 타자로 나선 최형우는 3일 대구 SK전서 0-4로 뒤진 6회 브라이언 고든의 6구째 커브(115km)를 때려 우월 투런포를 가동하며 데뷔 첫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2007년 심정수(은퇴) 이후 삼성 타자 가운데 4년 만에 30홈런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최형우는 3일 현재 타율 3할3푼5리(469타수 157안타) 30홈런 114타점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거포로 자리잡았다. 그가 홈런, 타점, 장타율 3개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정규시즌 MVP 등극 가능성도 높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최형우는 이대호(롯데)와 버금가는 선수다. 그가 MVP가 된다면 신선한 충격"이라며 "최형우는 야구를 그만 둘 뻔했는데 자신의 노력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류 감독은 "대 삼성의 4번 타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만큼 실력을 검증받았기에 가능하다"고 극찬했다.
최형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해마다 자신이 내세웠던 목표를 반드시 이뤘던 그의 행보를 지켜보면 흥미로울 듯 하다. 방출과 재입단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오른 그의 성공과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그래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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