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강호 퇴조' 2011시즌, '과유불급?' 역변 현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0.04 11: 02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동시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세 차례 거머쥔 SK 와이번스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했다. 그 강훈련이 성적으로 이어졌던 만큼 그들의 움직임은 리그의 대세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대세가 되는 듯 했던 강도 높은 훈련량이 역변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나왔다. 대세였던 SK는 물론 KIA, 두산, LG가 비시즌 많은 훈련량에 무색하게 예상 밖 성적표를 받아들며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고개를 떨군 경우가 많았기 때문.
반면 부상자나 피로도가 높은 선수들의 훈련량을 조절했던 삼성과 롯데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야구인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훈련량이 많았던 팀들이 고전한 시즌이 바로 올해다"라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SK는 김성근 전 감독의 지휘 아래 비시즌에도 엄청난 훈련량을 자랑했다. 다른 팀들이 특별 훈련 선수들의 훈련 시작 시간으로 지정하는 아침 8시부터 정규 훈련 종료 시점까지 선수들은 쉴 새 없이 훈련장을 돌았다.
그러나 올 시즌 SK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허덕여야 했다. 주전 2루수 정근우는 물론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좌완으로 자리잡은 전병두도 어깨 부상으로 고전했다. 게리 글로버도 부상에 신음했고 이적생 유격수 박진만도 시즌 초중반 부상을 겪었다. SK에서 비시즌 훈련이 부족해 고전한 케이스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에 불과했다.
2010시즌 5위에 그친 뒤 휴일도 반납하고 일본 미야자키, 괌에서 훈련에 몰두한 KIA의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주장 최희섭은 허리 부상으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탈환의 핵심이던 이범호는 허벅지 부상으로 후반기 전열 이탈했다.
일각에서는 "주전 유격수로 성장한 김선빈이 직선 타구에 안면을 강타당한 것도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당한 부상이 아닌가 싶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안면에 투구를 맞아 광대뼈 골절상을 입었던 김상현을 제외하면 KIA도 체력 저하로 인한 부상 릴레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의 경우 비시즌 훈련 시간은 다른 팀에 비해 많지 않았으나 훈련 회전률이 높았던 편이다. 악천후로 스프링캠프 중 공백을 맞기도 했던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해 더욱 훈련에 매진했던 팀이지만 그들도 이종욱-손시헌-정재훈-노경은 등이 부상 릴레이 속 전열 이탈했다. 주포 김동주와 김현수도 크고 작은 부상 속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고 최준석도 왼 무릎이 말썽을 일으켰다.
더욱 안타까운 쪽은 LG다. 9년 만의 포스트시즌 참가를 바랐던 LG는 다른 팀 선수들이 쉬고 있을 12월에도 미 플로리다로 떠나 훈련에 몰두했다. 타자의 경우 하루 7상자 분량의 공을 때려내는 등 1일 1000스윙에 가까운 맹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나 LG도 부상에 올 시즌 좌완 에이스 봉중근의 팔꿈치 부상은 물론 이택근의 허리 부상 등이 겹쳤다. 주장 박용택도 부상에 신음하며 한 시즌을 보냈다.
반면 삼성과 롯데는 언급된 4팀에 비해 훈련량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삼성은 좌완 장원삼이 어깨 통증으로 고전하자 훈련량을 조절해주었다. 선수들의 체력과 지난 시즌 피로도에 따라 훈련을 조절해주는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는 초보 감독 류중일의 감독 첫 시즌 우승으로 이어졌다.
양승호 감독의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보다 훈련량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평균적인 훈련량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 시즌 초중반 하위권을 전전했던 롯데는 여름 들어 투-타 페이스가 동반 상승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류중일 감독은 다음 시즌을 준비함에 있어 "주전급 선수들은 되도록 쉬게 해주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젊은이들의 훈련량을 높일 것"이라며 탄력적인 훈련 강도를 조정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밝혔다. 이는 바뀐 전략이 아니라 지난해에도 보여줬던 전략이다. 선수이자 코치로서 오랫동안 팀을 지켜왔던 지도자인 만큼 선수단의 전체적인 파악도가 높음을 암시한다.
선수들의 능력을 깨워주는 훈련량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몸 상태 파악과 선수 스스로의 깨달음이 없다면 많은 훈련량이 독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강훈련이 능사'라는 대세론에 흔들림이 있던 2011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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