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국의 볼티모어가 될까?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0.04 13: 08

지난 9월 29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에 있는 야구팬들은 모처럼만에 미국프로야구(MLB) 두 경기의 엇갈린 운명을 보며 야구의 진정한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이날은 메이저리그 올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이었다. 때마침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을 하던 탬파베이 레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각각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당시 탬파베이는 뉴욕 양키스에 7회까지 0-7로 뒤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6개, 2이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8회말 6점을 쫓아간 데 이어 9회말 2사 후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대타 댄 존슨의 동점포로 연장에 들어간 뒤 연장 12회 에반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포 덕분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같은 시간 보스턴은 볼티모어를 상대로 9회말 2아웃까지 3-2로 앞섰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스트라이크도 한 개가 남았다. 그러나 보스턴은 마무리 투수 조나단 파벨본이 시즌 첫 패전투수가 되면서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 때문에 탬파베이가 극적으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명승부는 볼티모어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볼티모어는 이날 경기 전까지 68승93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로 이미 플레이오프 탈락이 결정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대충 경기를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이날 승리를 거둔다고 해서 팀 순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볼티모어는 최상의 경기력으로 경기장을 찾은 홈 팬들에게 멋진 선물을 선사했다.
상황은 조금 다르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며칠 전 태평양 건너 볼티모어가 했던 역할을 감당할 때가 왔다.
한화는 4일부터 사직구장에서 2위 롯데와 올 시즌 마지막 3경기를 펼친다. 59승2무69패로 단독 5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는 5위를 지키려는 명분과 더불어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롯데와 3위 SK를 위해서라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롯데는 69승5무56패를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로 SK가 69승3무58패를 기록 중이다. 양팀 간에 한 경기 차이다. 만약 롯데가 남은 3경기 중에서 2승을 거둘 경우 자력으로 2위를 확정 짓는다.
그러나 한화의 선전으로 롯데가 1승2패를 거둘 경우 SK-KIA전에서 SK가 얼마만큼 이기느냐에 따라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한 2위 싸움이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3일 OSEN과 전화통화를 한 한대화(52) 한화 감독은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어떻게 플레이를 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프로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도 현재 5위를 목표로 매 경기 전력으로 하고 있다. 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는 것이 맞다"면서 "롯데와 남은 3경기에서 전력으로 싸울 것"이란 뜻을 나타냈다.
시즌 전 최하위 후보였던 한화였다. 4월 한 달 동안 6승16패1무로 2할7푼3리의 승률을 기록해 이런 예상은 굳어지나 했다.3할 승률도 되지 않는 전력이 리그 전체 균형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그러나 5월 13승13패, 6월 12승10패를 기록한 한화는 7월(6승10패)과 8월(8승11패1무) 주춤했지만 9월 들어 12승9패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더니 지난 1일 목동 넥센전에서 승리, 공동 5위로 올라섰고 2일 넥센전 역시 승리, 단독 5위가 됐다.
특히 한화는 선발진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불펜에서 좌완 셋업맨 박정진과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의 조합으로 롯데전에서도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여기에 부상에서 회복한 류현진이 불펜에서 대기 중이다.
한화는 비록 올 시즌 롯데와 상대전적에서 6승1무9패로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구위를 지닌 투수 3명이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는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볼티모어는 시즌 마지막 경기 후 홈 팬들뿐만 아니라 경기를 본 모든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화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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