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 트윈스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킨 두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29, 좌완)와 레다메스 리즈(28, 우완)가 7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LG는 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끝으로 올 시즌 133경기 정규리그 일정을 마친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만큼 올 시즌 공식 일정을 모두 소화해 주키치와 리즈의 계약도 6일자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주키치와 리즈는 올 시즌 LG 마운드에서 복덩이들이었다. LG는 과거부터 외국인선수와 큰 인연이 없었다. 올 시즌 전까지 역대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는 3명에 불과했다. 2000년 해리거가 17승, 2001년 발데스 10승, 2008년 옥스프링이 10승이 전부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주키치와 리즈 모두 10승을 달성하며 마운드 전력에 큰 힘이 됐다. 비록 이들에게 기대했던 승수가 최소 기준 밖에 달성되지 못한 점은 아쉬울 수 있지만 투구 내용과 한국야구 적응력은 매우 우수했다.
먼저 주키치는 올 시즌 초반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과 함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숨은 실력파인 주키치는 LG 스카우트의 레이더망에 걸려 한국에 오게 됐다. 젊은 나이였던 만큼 메이저리거에 대한 꿈을 꾸던 주키치는 결혼과 함께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해 11월 LG와 계약한 주키치는 한국무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제구력과 위력적인 컷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145km에 머물렀지만 독특한 투구폼 덕분에 이를 만회할 수 있었다. 여기에 선발 투수의 중요한 잣대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도 14차례나 기록했다.
주키치는 3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6실점(4자책)으로 부진한 성적으로 올 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시즌 총 성적은 32경기에 등판해 10승8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리즈는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빠른볼 하나로 미국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지난 2007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무려 102마일(162km) 강속구를 뿌린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구원투수가 아닌 안정된 선발 등판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리즈는 빠른 볼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161km 강속구를 뿌린 리즈는 30년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 구속 기록도 달성하며 '파이어볼러'로서 명성을 떨쳤다. 여기에 한국에 온 뒤 슬러브와 체인지업 위력이 더해져 지금도 성장해가는 단계로 볼 수 있다.
4일 현재 29경기에 등판한 리즈는 10승13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중이다. 승리 숫자보다 패전 숫자가 많은 것은 흠으로 보이지만 퀄리티 스타트는 15차례나 달성하며 팀에 승리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다. 리즈는 4일 잠실 삼성전이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내년 시즌 만큼은 반드시 4강 진출을 목표로 팀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확실한 외국인 선발투수가 필요한데 주키치와 리즈 이상의 선수를 수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종훈 감독 역시 "올 시즌 주키치와 리즈는 잘 했다"면서 "이정도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재계약 가능성을 내비쳤다. 백순길 LG 단장 역시 "주키치와 리즈의 재계약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구단에서는 재계약을 할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의 재계약에 대해서 확정된 것은 없다. 주키치는 "올 시즌 LG에서 생활에 만족한다. 그러나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즈 역시 "LG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고 잠실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계약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며 확답을 미룬 상태다.
과연 LG는 주키치와 리즈를 붙잡을 수 있을까. 둘 다 LG와 좋은 인연을 맺은 만큼 긍정적인 답변을 예상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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