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고민' 류중일, "형우야 미안하다. 난 오승환이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0.04 18: 04

"(최)형우야, 미안한데 난 MVP 후보 오승환으로 밀었다".
'야통' 류중일(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다름 아닌 투타에서 팀의 핵심인 '4번타자' 최형우(28)와 '수호신' 오승환(30) 둘 다 MVP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류 감독은 나름대로 사회 분위기에 맞춰 MVP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류중일 감독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앞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최형우를 불렀다.

류 감독은 "형우야! 이리 좀 와 바라. 할 말이 있다. 너한테 사과를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예의를 갖춰 점잖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최형우도 뭔가 눈치를 챈 듯 순순히 류 감독 옆에 앉았다.
류 감독은 최형우를 보며 "사실 어제 사인회 하면서 사회자가 최형우랑 오승환 중에서 누가 MVP 받으면 좋겠냐고 그래서 고민하다 오승환이라고 말했다. 너도 지나가다 들은 것 같은데 미안하다"고 호통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형우야. 괜찮겠니. 삐친 거 아니지"라고 물은 뒤 "삐치지 말고 잘 해줘"라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류 감독은 최형우에게 사퇴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과도 같았다.
삼성은 올 시즌 3경기를 남겨 놓고 있지만 이미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은 상태다. 그 중심에는 홈런을 포함 타격 3관왕을 달리고 있는 최형우와 47세이브를 올리고 있는 오승환의 활약이 크다.
둘 다 팀에서 중요한 위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만큼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둘 다 예뻐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혹시나 MVP표가 나뉘어 KIA 윤석민이 수상하면 어떻게 되냐는 불안한 마음을 보였다.
류 감독도 "사실 오승환과 최형우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은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며 난처한 현 상황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일단 최형우는 류중일 감독의 제안에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고 웃음으로 넘겼다. MVP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류 감독도 진심으로 최형우에게 MVP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말보다 이를 통해 한국시리즈에서 더 분발하라는 자극제의 제안이었을 수도 있다.
과연 류 감독의 뜻대로 삼성 내 MVP 후보 단일화는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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