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현대 유니콘스의 전철 밟지 않으려면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0.05 06: 02

수원시가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수원시는 지난달 26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직접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찾아 시민 35만 명의 유치 지지 서명을 구본능 KBO 총재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어 4일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KBO를 찾아 도 차원의 지지 유세를 적극 펼쳤습니다.
김 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구 총재에게 "1250만 명의 경기도민이 열망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는데요. 김 도지사는 "수원시만 해도 인구가 110만 명이 넘는데 프로야구단이 하나도 없어서야 되냐"며 수원시의 유치 당위성을 적극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수원시에도 프로야구단이 있었죠. 바로 현대 유니콘스가 2000년 수원시로 연고지를 옮겨온 적이 있습니다. 현대는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기 위한 중간기점으로 수원시을 택해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한 뒤 현대는 2007년 서울 상경 대신 구단 해체라는 비극을 겪고 말았습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달 KBO를 방문한 자리에서 "2000년 현대가 옮겨올 당시 진정성을 보이지 못했고 행정적인 지원도 별로 없었다"며 현대가 흥행에 실패하고 해체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대라는 모기업의 경영 악화 때문이었습니다. 2001년 현대 그룹 후계자들의 분열 이후 급격히 기울기 시작한 회사의 가세는 스포츠 구단을 운영할 만한 여유를 갖지 못했고 결국 현대는 KBO의 자금을 지원받다 해체됐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수원시의 방관도 한몫 했다고 보여집니다. 김 도지사는 4일 "경기도에는 기업이 엄청나게 많다. 경기도라면 기업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때는 현대의 해체를 보고만 있었을까요.
현대는 해체된 뒤 센터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에 인수되며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했습니다. 수원시가 조금의 의지만 있었더라도 제대로 된 기업을 찾아 계속 유지하게끔 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랬다면 현재 프로야구단의 문제 중 하나인 '현금 트레이드' 같은 일도 없었을 겁니다.
수원시가 현대 유니콘스와 같은 비극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참여 기업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물론 2000년대 초반 당시 현대와 같은 거대 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겠지만 무엇보다 재정적 측면과 사측 지원 내용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어 수 십만 시민들의 서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엄청난 지원을 할 것이라는 얼버무림이 아니라 시, 도 차원에서 기업에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를 제대로 어필해야 그에 호응하는 기업이 나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북도 100만 명의 서명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주민의 열정을 수원시가 따라잡긴 힘들게 됐습니다. 이제 수원시에게 주어진 기회는 제대로 된 인프라와 지리적 근접성 뿐입니다. 수원시가 과연 제대로 된 지원책과 기업 유치로 현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가을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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