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 한화는 지난 4일 사직 롯데전에서 굴욕을 당했다. 2-20으로 대패하며 롯데의 구단 사상 첫 페넌트레이스 2위 확정에 제물이 된 것이다. 1회부터 6회까지 매회 실점하며 투수진이 완벽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었다. 승부가 기운 8회 마운드에 오른 2년차 좌완 투수 김경태(20)가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펼친 것이다. 대패 속에서도 한화가 건진 의미있는 수확이었다. 류현진이 졸업한 인천 동산고 출신으로 2010년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5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경태는 지난달 28일 데뷔 후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리고 이날 1-20으로 크게 뒤진 8회말 팀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승부가 이미 기운 경기였지만 김경태에게는 데뷔 첫 1군 등판. 팀의 굴욕을 막고, 자신을 어필할 피칭이 필요했다. 첫 타자는 강타자 강민호.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더니 5구째 몸쪽 낮은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이승화를 상대로도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5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잡았다. 이날 1군 첫 타석이었던 신인 김민하마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꽉 차는 커브로 스탠딩 삼진 요리했다. 비록 팀은 크게 패했지만 개인에게는 인상적인 데뷔전이었다. 김경태는 "1군 첫 등판이라 마운드에 오르기 전 많이 긴장됐다"며 "점수차도 많이 난 만큼 볼-볼로 던지기보다 홈런을 맞더라도 과감하게 던지고 싶었다. 편한 마음으로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김경태는 3타자를 상대로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좌완으로서 공을 뒤로 숨기고 나오는 독특한 투구폼도 그를 처음 본 롯데 타자들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그는 "원래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2군에서 송진우 코치님과 한용덕 코치님이랑 많은 대화를 통해 폼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1군에 올라오기 전 송진우 코치님이 '변화구가 좋으니까 강타자들을 만나더라도 떨지 말고 자신있게 승부하라'고 하신 말씀이 도움이 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나타냈다. 김경태는 올해 2군에서 28경기 승패없이 2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38이닝 동안 사사구 29개를 내줬지만 삼진도 35개나 잡았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2km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커브·슬라이더·스플리터 등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김경태는 "2군에서 컨트롤을 잡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변화구도 여러가지 던지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경태의 꿈은 최고의 중간계투가 되는 것이다. 그는 "SK 정우람 선배님처럼 중간계투로 꾸준하게 잘 던지는게 꿈이고 목표"라며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스피드도 올려야 하고 컨트롤로 보완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확실한 좌완 릴리프가 부족한 한화에서 김경태가 자리를 잡는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고교 선배 류현진에게는 서클체인지업을 배우고 싶다고. 그는 "현진이형이 서클체인지업을 많이 가르쳐줬는데 아직은 잘 안 된다. 캠프에 가면 정말 열심히 배우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김경태에게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