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 첫 시즌부터 정규시즌 1위에 오른 '야통' 류중일(48)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게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 속에 엄격한 규칙과 운영이 존재했다. 류 감독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대충은 안 한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삼성은 5일 현재 78승3무50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롯데와도 7경기 차이로 벌어진 만큼 이미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상태다. 남은 경기에서 다 져도 1위기 때문에 상대팀들은 삼성이 대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요즘 상대팀이 우리를 보면서 '대충 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는 경기를 보러 오는 팬들이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친구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류 감독은 "친구 아버지가 삼성팬이다. 그런데 하루는 이 친구가 나보고 야구 무조건 이기라고 말했다. 삼성이 지면 아버지가 식사도 안한다더라. 그러면서 꼭 이기라고 했다"면서 "선수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랑 아무 상관이 없는 팬들이 야구장와서 머리띠하고 응원한다. 한 명의 팬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올 시즌 플레이를 봐도 알 수 있다. 볼티모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다. 지난 29일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렸다. 상대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와일드카드 경쟁을 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탬파베이는 뉴욕 양키스에 7회까지 0-7로 뒤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6개, 2이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8회말 6점을 쫓아간 데 이어 9회말 2사 후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대타 댄 존슨의 동점포로 연장에 들어간 뒤 연장 12회 에반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포 덕분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같은 시간 보스턴은 볼티모어를 상대로 9회말 2아웃까지 3-2로 앞섰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스트라이크도 한 개가 남았다. 그러나 보스턴은 마무리 투수 조나단 파벨본이 시즌 첫 패전투수가 되면서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 때문에 탬파베이가 극적으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명승부는 볼티모어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볼티모어는 이날 경기 전까지 68승93패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이미 플레이오프 탈락이 결정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대충 경기를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이날 승리를 거둔다고 해서 팀 순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볼티모어는 최상의 경기력으로 경기장을 찾은 홈 팬들에게 멋진 선물을 선사했다. 류 감독은 또 국가대표팀을 예로 들었다.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코치로 갔다. 당시 여러 팀들의 선수들이 섞여 있었다. 선수들은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훈련태도만 봐도 왜 SK랑 두산이 강팀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내야 수비 코치였다. SK랑 두산 선수들은 훈련 태도가 달랐다. 그래서 이 두 팀이 강한 이유를 나도 느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류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에게도 "열심히 안 하는 선수는 안쓴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지난 8월 23일 청주 한화전에서 김혁민에게 삼진을 12개나 당하자 선수단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경기 후 3명을 2군으로 보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실천하고 있는 류중일 감독. 프로 스포츠의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는 야통이었다. agass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