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가을에 나오지 말라는 말 까지 하더라고요. 물론 무척 자존심이 상했죠". 한 팀의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투수들 가운데 단순히 가장 성적이 뛰어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연패를 끊어 주거나, 중요한 경기에서 높은 정신력을 바탕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진정한 에이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송승준(31)이 4일 한화 이글스전 등판에서 펼친 호투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했다. 3연전을 앞둔 롯데 입장에서 4일 경기를 내줬으면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2위 수성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 양 감독 역시 경기 전 "사실상 2위를 위한 결승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일전이었다. 그리고 송승준은 중요한 경기에서 자기 몫을 다 해줬다. 송승준은 5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봉쇄했고, 결국 롯데는 장단 22안타를 몰아치며 한화를 20-2로 꺾고 창단 최초로 단일리그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다시 만난 송승준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는 "일단 승리해서 제 힘으로 2위를 만들었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타자들이 일찌감치 점수를 많이 뽑아 줘 쉽게 던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승준은 6회 선두타자 한상훈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왼쪽 골반뼈가 어긋나는 느낌을 받아 가벼운 통증을 느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몸 상태를 묻자 그는 "그때 투구 도중 발을 잘못 디뎌 통증이 왔는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나서 다리를 돌리다 보니 괜찮아 졌다"고 설명했다. 사실 송승준에게 이날 등판은 설욕전과 마찬가지였다. 바로 지난달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송승준은 3-3으로 맞선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무사 만루에서 이양기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패전을 떠안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이에 대해 송승준은 "그날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했다"면서 잠시 뜸을 들이고는 "그래서 이번(4일) 등판에서는 1회부터 더 집중했다. 그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송승준의 남은 목표는 단 하나, 바로 포스트시즌 활약과 우승이다. 송승준에게 있어 포스트시즌, 그 가운데서도 준플레이오프는 악몽과도 같았다. 2008년 롯데가 7년의 침묵을 깨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송승준은 준플레이오프에만 4차례 선발 등판했다. 성적은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15.88. 그나마 가장 잘 던진 것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두산과의 1차전에서 5⅓이닝 8피안타 5실점이었다. 이때문에 송승준은 '롯데 준플레이오프 잔혹사'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송승준은 "주위에서 농담 삼아 '가을에는 나오지 말라'는 말 까지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받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송승준은 "생애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감회가 새롭다"면서 "이제껏 3년 동안 내가 못한 탓에 준플레이오프에서 매번 주저앉아 죄책감까지 느껴졌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지만 롯데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되어 송승준 입장에서는 조금은 홀가분할 터. 끝으로 송승준에게 이번 가을에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냐는 질문을 했다. 역시나 돌아온 답은 롯데의 'V3' 달성이었다. "올해는 무조건 우승을 노리고 싶어요. 우리 팀 타격이 강하니깐 제가 맡은 역할만 잘 하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겠죠. 다른 것은 지금 저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만 잘 하면 된다'라고만 생각하며 가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cleanu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