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한화 최다이닝 투수는 의심의 여지없이 '괴물 에이스' 류현진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니다. 류현진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7년차 우완 투수 양훈(25)이 한화 팀 내 최다이닝 투수로 떠올랐다. 양훈이 데뷔 첫 풀타임 선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양훈은 지난 5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마지막 선발등판을 가졌다. 비록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7이닝 8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역투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143이닝을 던지며 팀 내 최다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데뷔 첫 규정이닝 등극. 사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성장이다. 양훈 스스로도 "이 정도로 할 줄은 몰랐다"고 할 정도이니 본인도 몰랐던 잠재력을 발산시킨 것이다. 한대화 감독은 유원상을 대신할만한 선발이 필요했고, 한용덕 투수코치는 양훈을 건의했다. "예전부터 선발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구위가 받쳐주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는 것이 한용덕 코치의 설명이었다. 올해 양훈의 성적은 27경기 6승10패 평균자책점 4.28. 화려하지는 않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르다. 11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는데 그 중 7차례가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특급 피칭이었다. 올해 양훈보다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피칭을 많이 한 토종 투수는 KIA 윤석민(11회) 두산 김선우(11회) 한화 류현진(8회) 등 리그 톱클래스 투수들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긁히는 날에는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수준급 투수가 됐다. 양훈은 "시즌 전에는 이 정도로 할 줄 몰랐다. 선발을 계속 하다 보니 적응되는 듯하다"며 "예전보다 길게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정민철 투수코치님이 늘 5이닝만 던지면 5이닝 투수밖에 되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될 수 있으면 길게 던지려한다"고 말했다. 그 계기가 바로 5월28일 잠실 두산전 데뷔 첫 9이닝 완봉승과 7월5일 대전 LG전 10이닝 투구. 그는 "그 경기들 이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물론 구종을 다양화한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의 직구와 슬라이더에 스플리터와 커브를 추가해 효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쓸 수 있는 구종이 늘어나다 보니 타순이 한 바퀴 돈 뒤에도 투구수를 아껴가며 길게 던질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는 "삼진을 잡으려 하지 않아도 삼진이 나온다"고 했는데 구종이 많아진 만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적인 승부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패전을 안은 게 3경기이고,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것도 2경기. 9이닝당 득점지원이 평균 3.6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16명의 투수 중 넥센 브랜든 나이트(3.5점) 다음으로 낮다. 토종 투수 중에서는 최저 득점지원. 하지만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는 "올해 투수 중에서 양훈이 가장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양훈 역시 "승수가 많지 않지만 결국 내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더 잘하면 된다"며 크게 개의치않아 했다. 데뷔 첫 선발 풀타임을 성공적으로 마친 양훈에게는 희망찬 내년이 기다리고 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