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감독직, 왜 독이 든 성배인가?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0.06 16: 10

정말로 이 자리는 독이 든 성배인가? 또 다시 LG 트윈스 사령탑이 교체됐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박종훈(52) LG 트윈스 감독이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감독은 6일 오후 3시 잠실구장 2층 기자 회견실에서 "올 시즌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 나려고 한다"며 2년 간의 사령탑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LG 감독직을 이렇게 어렵고 힘든 자리, 독이 든 성배로 만든 것인가. LG는 지난 1982년 MBC부터 포함할 경우 박종훈 감독은 역대 15번째였다. 1990년 LG부터로 봐도 9번째였다. 두산이 1982년부터 올해 김경문 감독까지가 7대였고, 한화도 빙그레시절부터 포함해 한대화 감독이 8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12대, 롯데 양승호 감독이 14대, KIA는 해태시절부터 포함해 조범현 감독이 6대다. LG는 분명히 서울팀이라는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감독이라면 한번쯤 그 자리를 앉고 싶어한다. 그러나 매번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LG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가 된 가장 중요한 단서는 박종훈 감독의 남은 계약 기간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2009년 말 LG 감독으로 선임되며 5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정규시즌 6위에 이어 올 시즌에도 6월까지 2위를 유지하다 또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퇴했다. LG는 지난 2002년 준우승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수도 서울의 명문 야구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팀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 안방을 내줬다. 팀 성적도, 팬들도 이제는 두산이 LG보다 많다. 이 때문에 선수단 구성과 팀 시스템 정비 보다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악수를 반복하고 있다. 박 감독도 임기가 3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버텨내지 못했다. 악순환의 역사는 이전에도 있었다. 초대 감독이던 백인천 감독은 지난 1990년 창단 첫해 팀을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듬해 정규시즌에서 6위에 머물며 구단과 불화까지 이어져 그만뒀다. LG 역대 감독 중 유일하게 재계약을 한 이광환 감독도 1996년 도중 사퇴하며 천보성 수비 코치가 승격됐다. 이어 이광은 감독이 2000년 매직리그 1위, 양대리그 통합 4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5월 5일 자진사퇴했다. 그 뒤를 이어 김성근 감독이 취임했으나 그 해 6위에 머문 LG는 2002년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도 포스트시즌서 선전,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가 준우승에 머물며 또 다시 해임됐다. LG는 2004년 이순철 감독을 데려왔음에도 3년 연속 6위,8위,6위에 머물렀고, 이후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김재박 전 현대 감독까지 데려왔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팀을 육성하고 만드는 것보다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는 조급한 구단 운영이 끊임없이 사퇴, 경질,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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