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는 만큼만 알아주셨으면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까 아쉽죠".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 이보근(25)은 팀의 중간투수다. 그는 올 시즌 팀의 133경기 중 56경기에 중간투수로 등판해 87⅔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성적은 5승3패 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했다. 올 시즌 이보근은 오재영, 이정훈 등과 함께 팀의 필승조로 활약하며 이기는 경기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했다. 소화이닝도 팀내 중간투수 중 가장 많았고 등판 경기도 오재영(64경기) 다음으로 많아 부지런한 중간투수로서 제몫을 다했다. 그러나 올 시즌 이보근을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타팀에 비해 스타 플레이어는 적은 편이지만 브랜든 나이트, 문성현, 그리고 중간에 가세한 심수창 등 선발진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았다. 그리고 구원진에는 17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전체 4위에 빛나는 막강 마무리 손승락이 있었다. 이보근은 "중간투수는 팀이 이기든 지든 기록에 별로 남지 않는다. 선발은 승패가 남고 마무리는 세이브냐 아니냐를 따지지만 중간투수는 홀드 요건을 채우기 어렵다"며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만큼만 알아주셨으면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중간투수로서의 설움을 살짝 내비쳤다. 이보근은 이어 올 시즌을 마친 소감에 대해 "아쉬움이 가득하다. 타자는 팀이 져도 타율이 남지만 투수는 팀이 이겨야 기록이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팀이 최하위를 하다보니 투수로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이보근은 중간투수로 맹활약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5월 8일 목동 한화전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 이보근은 "그때 내 볼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자꾸 피하는 피칭만 했다. 그런데 강진에서 많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고 덕분에 6월달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게 된 게 좋았다"고 시즌 초반의 위기를 회상했다. 이후 이보근은 좋은 모습을 이어갔지만 이번에는 고1 때 수술을 받은 어깨가 문제였다. 이보근은 "어깨는 계속 아팠다. 고질병이다. 수술로도 완치가 안되서 참고 운동해서 주위 근육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보근은 결국 어깨 통증이 심해져 지난 5일과 6일 팀의 마지막 2경기를 쉬었다. 올 시즌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조금 일찍 마감한 이보근의 내년 시즌 소망은 역시 "아프지 않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이보근은 "중간투수는 기록도 잘 남지 않거니와 개인적으로 기록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어깨가 안 아파서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장 힘든 일은 티가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그런 일을 꾸준히 잘 해내는 것은 더 어렵다. 이보근은 그런 면에서 올 시즌 팀에 큰 도움이 됐다. 올 시즌을 넘어 이보근이 뒤에서 묵묵히 허리를 받치고 있는 동안 넥센의 마운드는 단단히 이어질 듯 하다. autumnbb@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