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의 수비 실험은 아쉽게도 실패로 끝났다. 조광래호는 7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쿠웨이트 원정에 이은 2경기 연속 무승. 지난 8월 삿포로 참사와 같은 실망스러운 경기는 아니었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도 아니었다. 이날의 부진은 조직력의 붕괴에 있었다. 이동국의 투입에 따른 연쇄 이동으로 전반적인 밸런스가 무너졌다. 올 시즌 K리그에서 16골 15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이동국을 활용해 득점력을 배가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전방에서 공격이 묶이는 한계를 노출했다. 공간을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해결사 역할을 남태희에게 주문했지만 기대와 달리 활발하지 못한 움직임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미드필드에서 조율을 맡은 기성용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수비서는 센터백 이재성을 오른쪽 측면 풀백으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실험이 시도됐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이 왼쪽 풀백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실패였다. 특히 이재성의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졌기에 뼈아팠다. 전반 29분 브와슈치코프스키의 돌파를 막지 못하면서 크로스바를 때리는 중거리 슈팅을 허용했고, 결국 레반도프스키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20분 박주영의 극적인 동점골 그리고 후반 31분 역전 결승골이 잇달아 터지지 않았다면, 조광래호 출범 이후 세 번째 패배를 기록할 뻔했다. 그대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광래호는 행운도 따르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수비수 조병국이 후반 37분 패스 미스로 브와슈치코프스키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은 "조광래 감독의 의도는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겠다는 의도로 본다. 그러나 약팀이 아닌 강팀을 상대로는 어렵다"면서 "첫 골은 분명히 이재성이 놓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부동의 왼쪽 풀백이었던 이영표도 "포지션이 바뀌면 선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는 동선도 습관도 다르다"면서 "좌우 측면이 바뀌어도 어렵다.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좌우 측면을 번갈아 뛰었기에 적응한 것이다. 이재성에게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