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근우는 "우리는 기적을 만드는 팀"이라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의 SK가 올 가을에도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 역대 프로야구에서 사령탑의 중도 퇴진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은 감독대행은 모두 24차례 있었다. 그 중 포스트시즌에 오른 케이스는 단 2번. 사령탑이 중도 퇴진하는 경우는 상당수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흔들리고 있는 팀을 중도에 넘겨받아 포스트시즌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1997년 삼성과 2004년 KIA는 유이한 예외로 남아있었다. 1997년 삼성은 백인천 감독 체제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백 감독이 시즌 중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뇌출혈로 쓰러지며 조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조 감독대행은 41경기에서 22승17패2무 승률 5할6푼4리라는 호성적으로 삼성을 페넌트레이스 4위로 이끌며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준플레이오프에서 김성근 감독의 3위 쌍방울을 맞아 2승1패로 승리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LG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2승3패로 아쉽게 패퇴했다. 당시 4년만의 가을잔치에서 삼성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삼성은 2008년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04년 KIA는 김성한 감독을 성적부진을 이유로 중도 퇴진시켰다. 김 감독이 물러날 때 KIA의 성적은 41승43패4무 승률 4할8푼8리로 5위였다. 유남호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유 감독대행은 45경기에서 26승18패1무 5할9푼1리라는 높은 승률을 내며 KIA를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만난 KIA는 맥없이 2연패로 물러났다. 2경기 도합 5개의 피홈런을 얻어맞으며 무려 19실점한 마운드 부진이 뼈아팠다. 2002년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 연패도 7연패 늘어났다. 올해 SK도 시즌 중 김성근 감독의 자진사퇴 의사와 경질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성근 감독이 이끈 8월17일까지 SK는 93경기 52승41패 승률 5할5푼9리를 기록 중이었다.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에서 SK는 40경기 19승18패3무 승률 5할1푼4리를 거두며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과연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김성근 감독은 지난 4년간 포스트시즌 27경기에서 18승9패 승률 6할6푼7리로 한국시리즈 우승 3회와 준우승 1회를 일궈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독대행 체제라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SK가 '가을야구' 팀다운 면모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