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간 3번의 리버스 스윕을 성공시켰던 달인들이다. 비록 상대가 공교롭게도 특정 팀이었고 수장도 팀을 떠났으나 고기를 먹어본 이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리버스의 달인' SK 와이번스가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맞는 자세가 자못 궁금해진다. SK는 지난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상대 에이스 윤석민의 3피안타 1실점 쾌투에 묶이며 1-5로 패했다. 기선 제압 의미를 지닌 첫 경기를 내줬다는 점은 단순한 1패 이상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SK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SK는 지난해까지 4년 중 3번의 가을 잔치서 '리버스 스윕'으로 두 번의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고 한국시리즈행 티켓도 쥔 바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서 먼저 두 경기를 내준 SK는 10월 25일 잠실 3차전서 무릎 부상에 허덕이던 상대 주전 유격수 이대수(한화)의 잇단 실책과 김재현-이혜천의 빈볼 시비로 분위기를 타며 9-3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 이튿날 4차전서 신인 좌완 김광현이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무실점 쾌투를 선보인 덕택에 4-0 승리로 분위기를 뒤집고 결국 한국시리즈 패권을 가져갔다. 절대 열세를 우세승으로 이끌었던 SK는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을 상대로 1패 후 4연승 기록을 보여줬다. 10월 26일 문학 1차전서 부친상에도 불구, 투혼의 역투를 보여준 맷 랜들에게 막혀 2-5로 패했던 SK는 2차전부터 5차전까지 모두 쓸어담았다. 특히 10월 29일 잠실 3차전서 이혜천의 호투에 막히다 최정이 때려낸 좌월 역전 결승 투런이 결정적이었다. 2009년은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였으나 상대팀은 두산으로 같았다. 먼저 두 경기를 내준 SK는 10월 10일 잠실서 열린 3차전서 연장 10회 박재상의 우익수 방면 결승 3루타로 승리했다. 때마침 해가 지며 깔린 어스름한 하늘과 라이트 빛에 우익수 정수빈이 궤적을 잃는 행운까지 편승한 것이 컸다. 이후 SK는 남은 두 경기를 모두 가져갔다. 10월 13일 문학 5차전서는 상대 김현수의 1회 선제 솔로포가 비로 씻겨가는 일도 벌어졌다. 두산에 불운이었다면 주축 좌완 김광현, 전병두가 모두 부상 이탈했던 SK에게는 행운이었다. 그 기세를 이어받아 SK는 만신창이 선수단으로도 KIA와 최종 7차전까지 가는 한국시리즈 접전을 펼쳤다. 세 차례 리버스 스윕이 모두 두산이었다는 점에서 전례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세 번의 전례가 SK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심어주었다는 점이다. '확실히 이기는 법'을 강조했던 김성근 전 감독의 지도를 받아온 선수들이 아직 SK에는 굉장히 많다.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서 SK가 첫 경기를 내주기는 했으나 이후 최종전까지 악착같이 따라붙었다는 점은 선수단의 끈질긴 정신력을 잘 보여줬다. 2차전 선발로 나서는 송은범도 올 시즌 팔꿈치 부상 등으로 고전했던 투수. 그러나 단기전서는 시즌 중 부상을 잊은 듯 역투를 펼치던 실력파 우완 중 한 명이다. 정신력을 심어놓았던 감독은 이미 2달 전 떠났으나 아직 선수단에 '단기전 리버스 스윕'을 세 차례나 보여주던 끈기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SK의 저력을 경기가 모두 끝나는 순간까지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