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되냐고요? 그냥 지금 재미있어요!". 천진난만 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노장 선수도 정규시즌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에 긴장이 될 법 한데 이제 갓 약관이 된 신인 선수는 도무지 긴장할 줄을 모른다. 바로 KIA 타이거즈 불펜의 새로운 힘, 좌완 심동섭(20)의 이야기다. 프로 2년차인 심동섭은 지난해 2⅔이닝을 소화해 아직 신인과 다름없다. 올 시즌 불펜 B조로 시작해 결국 자신의 힘으로 필승조에 당당히 합류한 심동섭은 57경기에 출전, 55⅓이닝을 던져 3승 1패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해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연히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맞아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8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첫 날. 원정 덕아웃에서 마주친 심동섭은 한창 외국인투수 아킬리노 로페즈(36)와 장난을 치던 중이었다. 로페즈가 배트 하나를 꺼내와 심동섭에게 다가가더니, 스윽 손을 잡고 덕아웃 깊숙한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심동섭에게 양 손으로 벽을 짚게 하고는 엉덩이로 방망이를 치는 시늉을 한다. 심동섭도 이에 지지 않고 배트를 빼앗더니 계속 로페즈를 따라다니며 엉덩이를 때려 복수(?)극에 나섰다. 큰 경기를 앞둔 신인 선수라고는 보이지 않는 여유다. 심동섭에게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방망이질(?)을 주고 받았나 물어보니 "로페즈도 내가 막내인 것을 알고 장난으로 잘 하라는 뜻에서 엉덩이를 친 것이다"라며 "나도 그래서 같이 로페즈를 때렸다"고 말하며 씩 웃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맞이한 소감을 물어도 담담하기 그지없다. "떨리냐고요? 전혀 긴장되는 건 없는데요. 큰 경기라고 더 특별하고 그런건 없어요. 그냥 시즌때랑 똑같은 기분인데요. 원래 긴장을 잘 안하는 성격 이라서요". 심동섭에게 들은 KIA 선수단의 분위기는 자신감 그 자체였다. 그에게 준플레이오프를 맞아 목표를 물어보니 "다른 것보다 그냥 체력 아끼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게 3연승 하는 게 목적이에요. 다른 선배들도 준플레이오프는 그냥 거쳐 가는 것이고 나중에 삼성이랑 한국시리즈 할 때가 진짜라고 말씀 하세요. 그 때쯤 되면 저도 긴장될지 모르겠네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래도 주전 선수로 도약한 첫 시즌에 가을잔치에 나서게 된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다. 심동섭은 "일단 준플레이오프 로스터에 이름 올라가고 난 다음에 부모님이 참 좋아하셨어요. 무조건 다치지 말고 열심히만 하면 될 거라고 하시던데요. 주위에서 다 축하해주니 그냥 지금 분위기가 재미 있어요"라고 말 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시즌 때 하던 대로 던지겠다"던 심동섭은 1차전에선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팀 선배 윤석민이 준플레이오프 5번째 완투승을 기록하며 5-1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심동섭은 전혀 아쉽지 않단다. "오늘 못 나갔으니깐 내일은 나가겠죠? 저 스스로도 큰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떤 기분을 느낄지 궁금하네요. 올라가기만 하면 모든 걸 다 쏟아 붓고 싶어요". 역시 스무 살 다운 패기가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심동섭의 2011년 가을이 더욱 궁금해진다. cleanu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