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그들은 원 소속팀에서 '자리가 없다'라는 말을 듣고 쫓겨났다. 그들이 준플레이오프서 이틀 연속 대타 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치 9년 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전 소속팀을 비웃듯이. SK 와이번스의 베테랑 우타자 최동수(40)와 안치용(32)이 이틀 연속 팀의 대타 홈런을 쏘아올렸다. 최동수는 지난 8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9회 대타 솔로포로 팀을 영봉패 위기에서 구해냈으며 안치용은 9일 1-2로 뒤진 7회말 아킬리노 로페즈의 공을 통타해 대타 동점 솔로포로 연결했다. 팀은 연장 11회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 덕택에 3-2 승리를 거두며 승패 추를 원점으로 맞췄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이적해 온 이들이다. 1994년 LG 입단 후 17시즌 동안 한 팀에서 뛰던 최동수는 불혹의 나이에 새 둥지 SK에 자리했으며 2008년 깜짝 활약을 펼쳤던 안치용도 외야 자리를 잃고 SK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특히 LG 시절 이들은 팀에서 탐탁치 않은 평을 받았던 선수들. 최동수는 많은 나이로 인해 매 시즌 잠실을 홈으로 두 자릿수 아치를 그려냈으나 '유망주에게 바통을 넘겨줄 사람' 정도로 저평가되었다. 안치용도 2009년 이진영이 이적해오고 입단 동기 박용택이 자리를 지키며 어렵게 잡았던 주전 자리를 잃었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도 그들은 밀려나있었다. 두 개의 홈런이 모두 대타 홈런이었다는 것은 스타팅 멤버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 '와신상담'의 자세로 기회를 노리던 이들은 이틀 연속 대타 홈런을 보여주며 제 가치를 뽐냈다. 최동수의 홈런이 없었다면 SK는 굴욕적 완봉패를 당할 뻔했고 안치용의 솔로포는 경기 분위기를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자리가 없다'라며 그들을 방출했던 팀은 9년 째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반면 '예년만 못하다'라는 평을 받는 현 소속팀은 그들의 아치에 희망을 보았다. farinelli@osen.co.kr 최동수-안치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