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공이 마구라고요?"(웃음) '석민 어린이' 윤석민(24, KIA 타이거즈)이 때아닌 마구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민은 지난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준PO 1차전' 선발로 등판해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9이닝 동안 삼진 4개를 곁들여 3피안타(1피홈런)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윤석민은 최고 구속 151km의 직구와 140km 중반의 슬라이더를 앞세워 총 109개의 투구수 가운데 절반인 54개를 슬라이더로 구사할 정도로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를 펼쳤다. 특히 이날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좋아 SK 타자은 이 공을 "마구"라고 말했다. 먼저 윤석민을 상대로 1최 첫 타석에 초구에 안타를 친 정근우는 이날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윤석민의 투구에 대해 "어제 윤석민은 베스트일 때 볼을 보여줬어요. 투구수를 늘리고 싶었지만 윤석민은 컨트롤이 좋아서 가만 있어도 어차피 스트라이크니까 빨리 쳤죠"라면서 "윤석민이 한 10여일 쉬었다가 등판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공이 훨씬 좋았어요. 역시 슬라이더가 무척 빨랐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SK 주장 이호준도 "윤석민의 투구 비디오를 한없이 봤는데 공략하기 힘들더라"며 "완전히 어제는 슬라이더 피쳐던데요. '150km짜리 직구 하나' 기다리고 있어도 계속 슬라이더가 들어왔어요. 정통파 투수가 직구를 던져야지 왜 변화구를 던져"라며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정작 윤석민은 자신의 슬라이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 윤석민은 "마구는요. 보통 때보다 더 세게 던진 것이 효과가 있었어요. 특히 슬라이더도 세게 던졌더니 구속이 보통 때보다 더 나왔죠. 손에 물집이 3곳이나 잡힐 정도였으니까요"라며 웃었다. 상대 타자들은 마구라고 말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했지만 정작 윤석민은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윤석민은 9회 선두타자 대타 최동수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완봉승을 놓쳤다. 윤석민의 완봉승을 깨뜨린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차일목이었다. 윤석민은 "사실 8회까지 긴장을 하면서 던졌다"고 말했다. KIA는 3회에 뽑은 한 점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간신히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9회초 차일목의 만루 홈런포 덕분에 KIA는 승리를 거뒀다. 윤석민도 "(차)일목이형이 만루홈런을 치니까 나도 모르게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며 웃었다. 윤석민은 차일목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푼 자신을 향한 가벼운 질책이었다. agassi@osen.co.kr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