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가 없었다면…." 첫 포스트시즌 출장. 그러나 SK 불펜의 핵심이라 부르는데 전혀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처음으로 가을자치를 뛰고 있는 SK 좌완 박희수(28)에게 조금씩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희수는 8일과 9일 이틀 동안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 등판했다. 1차전에서는 0-1로 뒤진 9회 정우람이 볼넷을 허용하자 바로 투입됐다. 그러나 나지완에게 강습 내야안타를 허용한 박희수는 김상현을 삼진으로 잡은 뒤 바로 엄정욱으로 교체됐다. 엄정욱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차일목에게 만루포를 맞으면서 박희수의 자책점이 생겼다. 팀은 결국 1-5로 패했지만 박희수의 데뷔 첫 포스트시즌 등판은 나쁘지 않았다. 이어 2차전에서도 등판했다. 이번에는 좀더 빨리 투입됐다. 선발 송은범이 6이닝을 2실점으로 잘버텼지만 1-2로 팀이 리드를 당하던 상황.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에게는 팀이 반격할 수 있도록 현상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첫 타자 김상현은 볼넷으로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박희수는 이어진 2사 3루 위기에서 전날 만루포의 주인공인 차일목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7회 안치용의 홈런포로 2-2 동점을 이루자 박희수는 다시 집중했다. 이용규를 투수 내야안타로 내줬지만 이현곤(중견수 플라이), 김선빈(삼진), 이범호(삼진)를 아웃시켰다. 9회부터는 정대현에게 볼을 넘겼다. 올 시즌 박희수의 등장은 어쩔 수 없었다.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고 전력 이탈자를 대신해 기회를 잡았다. 이미 2군에서는 '언터처블'로 명성을 날렸던 박희수였다. 그러나 매번 트레이드 대상에 이름이 올랐고 1군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을 비롯한 SK 많은 관계자들은 박희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 관계자는 "박희수가 없었다면 지금의 SK 마운드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 그만큼 선발진과 기존 불펜진의 사이의 징검다리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이제 가을잔치에서도 기대 만큼의 진가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박희수는 그동안 철저히 무명이었다. 대전고를 졸업한 후 2002년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동국대 졸업 후 2006년 SK에 입단했다. 신인왕 자격을 지녔지만 시즌 초반부터 활약한 삼성 배영섭과 LG 임찬규에 밀려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박희수가 거둔 올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신인왕 후보 자격이 충분하다. 39경기 동안 4승2패 1세이브 8홀드의 성적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88이다. 경쟁력을 갖췄다. 삼성 배영섭은 부상, LG 임찬규는 팀이 4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다. 한국프로야구 시상식의 특징상 포스트시즌과 팀 결과도 제법 좌우한다. 막판 경쟁에서 박희수의 선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송은범과 함께 박희수가 잘던져줬다"면서도 "믿을 만한 투수라 앞으로도 잘해주리라 믿는다"고 여전한 신뢰를 표시했다. 지난 4년 동안 극강으로 불리던 SK 불펜이었다. 특히 정우람으로 대표되는 좌완 대표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서서히 박희수에게로 옮아가고 있다. 또 한 명의 좌완 불펜 탄생을 알린 이날 3-2 승리였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