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한기주, 마무리 실패 트라우마 극복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0.10 12: 04

잘 던지고도 울었다. KIA 6년차 우완 투수 한기주(24)가 또 다시 마무리투수의 비애를 맛봤다. 한기주는 지난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1회말 이호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패전투수가 됐다. 한기주의 포스트시즌 두 번째 패배. 고졸 신인이었던 지난 2006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패전투수가 된 이후 5년 만이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재활을 거쳐 2년 만에 복귀한 한기주는 7월 1군에 복귀했다. 올해 16경기에서 1승3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4.08. 시즌 첫 경기와 마지막 2경기에서 선발로 나왔지만 중요한 순간 한기주는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 구원등판한 13경기에서 2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4.82로 신통치 못했다. 반면 선발로는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좋았다. 그러나 중요한 승부처에서 한기주는 다시 마무리로 나와야 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KIA는 선발 아퀼리노 로페즈가 6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7회 첫 타자 안치용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고 무너졌다. 이후 양현종-손영민이 차례로 투입됐지만 안타·볼넷을 하나씩 주고 2사 1·2루 득점권 위기에 내몰렸다. 조범현 감독의 선택은 결국 한기주였다. 한기주는 대타 이호준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위기를 넘어갔고 11회말 마지막까지 던졌다. 4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5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지만 그 실점이 끝내기로 이어진 뼈아픈 결승점이었다. 끝내기 세레머니를 하는 SK 선수들 사이에서 한기주는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KIA는 한기주를 대신할 만한 투수가 없었다. 조범현 감독은 "심동섭과 유동훈이 있었지만 한기주에게 끝까지 책임지게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기주가 마무리 대신 선발을 원한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있다. 2년 연속 25세이브 이상 거둔 실적이 있는 마무리지만, 타이트한 상황에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마무리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2009년에는 블론세이브 8개로 무너졌다. 많은 야구인들은 한기주가 마무리보다 선발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한다. 모 감독은 "구종이 단조롭고 제구가 불안하다. 무엇보다 마무리 체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구인도 "투구폼이나 스타일, 마인드로 봤을 때 선발이 낫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KIA의 팀 사정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2차전에서도 한기주는 예상 투구수보다 많이 던지며 호투했지만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좋은 투구에도 마지막 순간 고개를 숙여야 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KIA로서는 한기주가 하루빨리 마무리 실패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조범현 감독은 2차전 패배에도 "기주가 길게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결국 한기주가 뒤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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