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가뭄' 두산과 김진욱 감독의 자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0.11 08: 05

"매년 되풀이 되었던 숙제고 확실히 이루지 못했던 부분임을 인정한다". 2004년 17승을 거둔 게리 레스 이후로는 7년 간 팀 내서 자취를 감췄다. 국내 투수로 따져보면 1988년 13승을 올린 윤석환 현 투수코치 이후 23년 간 아무도 고지를 점령하지 못한 좌완 10승. 특히나 올 시즌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김진욱(51) 감독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바로 '좌완 발굴'이다. 두산은 지난 9일 김진욱 1군 불펜코치를 정식감독으로 승격시킨 뒤 10일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 신임감독은 코치로 재직하며 선수들을 따스하게 보살펴 재미있게 다가가는 훈련을 하고자 노력했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며 팀의 약점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하는 위치에 올랐다. 선수들의 기를 살리며 북돋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을 냉정하게 꼬집어 잠재력을 끌어내야 하는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가운데 팀의 만성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확실한 좌완 에이스가 없다는 점. 외국인 좌완 레스가 2004년 17승으로 공동 다승왕이 된 뒤 국내 투수도 외국인 투수도 한 시즌 10승 이상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였던 레스 왈론드는 7승으로 아쉬움을 샀다. 국내 투수진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욱 심각하다. 2009년 말 히어로즈에서 현금 10억원과 또다른 좌완 금민철을 주고 데려온 이현승은 잇단 부상과 컨디션 부조로 인해 2년 도합 6승을 거두고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다. 11억원을 투자한 유턴파 좌완 이혜천은 선발 10승의 기대치와 달리 단 1승에 그쳤다. 시즌 후반기에는 왼손 부상으로 전열 이탈했다. 그 외 1군에서 자리를 잡은 투수는 사이드암으로 전향해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서고 있는 김창훈 정도다. 207cm의 키로 큰 기대를 모았던 장민익은 지난 10일 공익근무 복무를 위해 훈련소 입소했다. 2년차 정대현은 타자와 싸울 줄 아는 패기를 갖추고 있으나 볼 끝이 살짝 아쉽다. 2군에서 전반기 좋은 모습을 보였던 신인 좌완 이현호는 후반기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렀다. 9순위 신인 최현정은 아직 가능성을 확인받는 중이다. 그나마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아쉬움을 샀던 2008년 1차 지명 진야곱이 최근 좋은 페이스로 140km대 중후반까지 구속을 회복했다는 것이 위안거리. 김 감독 또한 팀 내 좌완 기근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까지 2군 투수코치로 재직하며 유망주를 감쌌다면 이제는 좌완들 중 가능성 있는 이들을 전장에 투입해 강한 투수로 키우고 싶다는 뜻을 기본으로 삼았다. 필요할 때는 트레이드 등을 통한 선수 영입도 단행하겠다는 과감함도 숨어있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숙제이며 이루지 못했던 부분이다. 제일 노력이 덜한 쪽은 외부 수급이 되겠다. 우리가 뽑은 유망주를 팜에서 키워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라. 타 팀에서 데려오기보다 기존에 있는 왼손 자원을 경기에 출장시켜 기량 향상을 꾀하는 부분을 일단 우선시하겠다. 타 팀에서 좌완을 데려오는 일은 일단 상황을 봐서 구단과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SK 정도를 제외하고 왼손 투수는 다른 팀에도 고민거리가 되는 부분 중 하나다. SK도 좌완들이 우완 릴리프가 하는 역할까지 맡을 정도로 팀 내 비중이 크고 잉여 전력도 없다. 그만큼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오려면 기회비용도 커진다. 김 감독이 직접 키운 좌완의 좋은 활약을 기대한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실체가 없는 가능성과 기대감만으로 청사진을 그릴 수는 없는 법. 결국 주인공이 될 선수들이 얼마나 기회에 대한 간절함으로 시즌을 준비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부진했을 경우 그 책임을 선망하던 지도자가 떠안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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