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연기를 했는데, 이번만큼 큰 사랑은 처음 받아요." 11일 오후, 궁중 의상을 벗고 섹시한 블랙 드레스로 멋을 낸 배우 홍수현을 만났다. 처연한 표정으로 안방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비운의 공주는 어딜 가고 우아하면서도 고혹적인 자태의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박또박 풀어놓는 그녀의 이야기에는 알 수 없는 여운이 남았다. 홍수현은 지난 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비운의 '경혜공주' 역할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드라마를 끝내고 며칠 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났지만 아직도 머릿속에서 경혜공주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그녀. 데뷔 후 10년 만에 받은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가 놀랍기도, 기쁘기도 한 홍수현과 나눈 이야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예전엔 팬들이 촬영장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위해 선물이나 화환 같은 걸 보내오는 걸 보면서 부러워하고 그랬는데, '공주의 남자' 하면서 저도 팬들한테 많은 선물들을 받았거든요." 10년간 비교적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벌여온 홍수현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활약했지만 대중에게 이토록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주의 남자' 속 경혜공주 캐릭터는 그녀의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될 법하다. 팬들이 늘어난 것도, 작품의 시청률이 좋았던 것도 모두 너무나 감사해 시청자들께 큰절이라도 하고 싶단다. 그랬기에 상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연말 시상식이 기다려지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청자분들이 감동을 많이 받으시고 기억해주신다면 (상을) 주실 거 같아요. 만약에 못 받는다고 해도 상이 중요한 건 아니죠. 보시는 분들에게 제 연기가 얼마나 기억에 남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받으면 좋죠. 하하" 홍수현은 데뷔 후 신인상, 조연상, 단막/특집극상 등 방송사 시상식의 어지간한 상들을 이미 섭렵했다. 이번 '공주의 남자'를 통해 우수연기상이나 최우수 연기상쯤은 욕심내 볼만 하지 않을까. 그러나 홍수현은 이야기 내내 뒤늦은 스포트라이트와 급증한 인기에 대한 고마움을 피력하는 데 힘을 쏟았다. 조금은 더디게 걸어왔기에 누구보다 관심과 애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그녀다. "그동안 항상 열심히 하는데 잘 몰라봐주실 때, 지치고 그랬던 적이 있어요. 이번 작품으로 어느 정도는 갈증이 해소된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 팬미팅도 해보고 그러긴 했지만 요즘은 팬 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제 팬분들께서 쌀 기부도 하시고 그러더라고요. 많이 응원이 됐어요. 감사한 마음이 크죠." '공주의 남자'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SBS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작업에 몰두했다. 올해만 연거푸 드라마 두 작품을 몰아치고 났지만 아직도 의욕이 넘친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작업하고 싶어요. 이번엔 밝고 능동적인 캐릭터로요. 좀 재미있는 역할도 잘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이제껏 여성스럽고 조신한 역할들을 많이 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제가 무척 얌전한 줄 아세요. 또 다른 변신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하하." issue@osen.co.kr ☞ hoppin 동영상 바로보기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