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공격수들이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는 제로톱(Zero-Top) 시스템과 더불어 변형 스리백은 조광래호의 핵심 전술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찾아가고 있는 제로톱과 달리 변형 스리백은 흔들거리기만 한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이영표(34)가 은퇴하자 변형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공·수에서 밸런스를 잡아주던 이영표의 빈 자리를 전술로써 메우겠다는 생각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변형 스리백은 포백의 변화된 모습이었다. 한쪽 측면의 풀백이 공격에 가담하면 반대편의 풀백이 중앙 수비수 2명과 스리백을 형성하는 것. 그렇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타이밍과 선수들의 이해도였다. 기존의 포백과 스리백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확실했다. 포백에서는 공격시 좌우 풀백들이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에 가담해 미드필더진의 숫자를 늘려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것이고 스리백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들이 수비시에 수비수 3명을 지원하는 형태다. 그에 비해 변형 스리백의 움직임은 복잡했다. 게다가 선수들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조광래 감독은 1월 이후 왼쪽 풀백에 김영권, 오른쪽 풀백에 차두리를 기용했다. 차두리의 경우 자신의 본 포지션이었지만 중앙 수비수 김영권으로서는 풀백이 낯설었다. 게다가 차두리가 부상을 당하면서 그 자리를 채워줄 선수를 못 찾고 있다. 여러 선수를 테스트해봤지만 아직까지 적합한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수비 라인이 흔들리자 경기력도 흔들거리고 있다. 지난 8월 일본 원정에서는 측면이 완벽하게 무너지며 0-3으로 패배했고, 9월 쿠웨이트 원정과 지난 7일 폴란드와 친선경기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선수들이 변형 스리백에 익숙치 못해 공격 가담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수비에서 안정도 무너진 것. 이러한 모습은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도 나왔다. 몇 수를 접어주는 UAE를 상대로 한국은 흔들렸다. 조광래 감독이 바라던 한쪽 풀백의 공격적인 모습도 적었고, 수비 라인은 UAE의 역습에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변형 스리백은 좋은 전술이다. 물론 선수들이 움직임의 형태를 제대로 파악해 감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세계 최고의 클럽 바르셀로나도 움직임의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변형 스리백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 시간에 일궈낸 시스템이 아니다. 오랜 시간 훈련을 할 수 있다는 클럽의 장점을 이용해 몇 년 동안 걸쳐 이룩해 놓은 성과다. 불과 9개월. 그리고 훈련 시간도 얼마되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바르셀로나 수준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훈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광래 감독으로서는 이를 보완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