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대기가 무서울 지경이다.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가 보내기 번트 성공과 실패 여부로 승부 흐름이 좌우되고 있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매경기 번트 실패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인 보내기 번트 실패를 범한 팀이 경기를 패하는 공식이 성립된 분위기다. 겉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번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1차전에서 1회·3회 김선빈과 박기남이 차례로 보내기 번트에 실패하며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했던 KIA는 2차전 연장 10회초 무사 1루에서 차일목의 보내기 번트가 뜨며 1루수 파울플라이로 연결되는 실수를 반복했다. 차일목의 보내기 번트 실패 후 대타 이종범의 병살타로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고 말았다. 결국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패배의 분루를 삼켰다. 3차전에서도 KIA는 또 다시 보내기 번트 실패에 발목이 잡혔다. 0-0으로 맞선 2회말 무사 1·2루 찬스에서 안치홍이 초구에 보내기 번트 모션을 취했다. 그러나 SK 투수 브라이언 고든의 몸쪽 빠른 공에 번트 스피드를 전혀 조절하지 못했다. 포수 정상호가 잡기 좋게 앞에 떨어진 공은 곧바로 3루수 최정에게로 이어져 2-5-3 병살타로 연결됐다. 조범현 감독은 "2회 번트 실패가 패인"이라고 꼬집었다. KIA는 올해 희생번트 109개로 이 부문 3위를 차지한 팀이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보내기 번트 6번 시도 중 4번이나 실패하며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반면 2승1패로 시리즈 역전에 성공한 SK는 번트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물론 SK도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1차전에서 7회 최정의 보내기 번트 실패가 병살타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최정의 번트 실패는 1차전 패배 뿐만 아니라 최정의 준플레이오프 전체를 꼬이게 한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SK에게 데미지가 컸다. 3차전에서도 SK는 5회 1사 1루에서 임훈이 번트 실패를 했지만 작전에 의한 보내기보다는 기습번트의 의도가 강했기 때문에 실패 후유증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SK는 4차례나 보내기 번트를 차분히 성공시키며 득점권 찬스로 KIA 마운드를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3년간 희생번트 1위팀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2번타자 박재상은 준플레이오프 3개의 희생번트를 실수없이 모두 성공시켰다. 2차전 연장 11회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와 3차전 6회 안치용의 2타점 결승타 이전에 박재상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보내기 번트가 있었다. 박재상의 희생번트 2개가 결승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박재상은 완벽한 작전수행능력으로 SK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큰 경기일수록 기본이 더욱 중요시된다. 번트는 야구의 기본이다. 작은 부분에서 큰 차이가 만들어지고 있는 준플레이오프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