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상현 "설마 똑같은 데 두 번 맞겠어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12 07: 04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라는 저서에서  '타격의 시작은 공에 대한 공포심을 어떻게 극복 하는가'라고 정의했습니다. 타자는 어떻게든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공을 공략하기 위해 타석 안쪽으로 바짝 붙고, 투수는 그를 떼어놓기 위해 몸쪽 공을 서슴지 않고 던집니다. 타자는 무슨 수가 있어도 공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타석 가까이 붙어야 하지만, 투수는 그 반대로 몸 쪽 공을 잘 던져야 성공할 수 있죠. 그에 관련된 유명한 말로 메이저리그의 투수 로저 클레멘스는 '우리 할머니가 타석에 있어도 난 몸 쪽 공을 던질 것이다'라고 일갈하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간혹 투구에 얼굴을 맞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유격수 레이 체프먼은 1920년 8월 16일 뉴욕 양키스의 칼 메이스의 공에 왼쪽 관자놀이를 맞고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야구라는 것은 목숨을 걸고 공을 쳐내려는 타자와 그를 막으려는 투수의 한 판 승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투구에 얼굴을 맞는 사고가 연간 한 두건을 벌어집니다. KIA 타이거즈의 주포 김상현(32)도 그 피해자 가운데 하나인데요. 김상현은 7월 29일 광주 넥센전에서 상대 투수 김상수의 공에 왼쪽 광대뼈를 직격 당해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김상현은 27일이 지나서야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11일 SK 와이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상현은 아직 사구 당시의 충격이 생생한 듯 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실수로 날아온 것을 알고 있지만 솔직히 머리 쪽으로 공이 날아오면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복귀까지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김상현은 조금은 이른 시기에 복귀해 활약을 이어갔는데요. 바로 '검투사 헬멧'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상현과 같이 얼굴에 사구를 맞았던 심정수와 이종범도 애용했던 바로 그 헬멧입니다. 때론 주위에서 그 헬멧으로 인해 타격에 방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하는데 김상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오히려 시야를 좁혀주며 공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당당히 밝혔습니다. 분명히 한 번 맞았기에 공에 대한 공포심은 떨쳐 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과연 김상현은 어떤 방법으로 공포를 극복하고 복귀했을까요. 역시 비결은 자기 암시였습니다. 김상현은 "선수 생활 하면서 얼굴에 한 번 맞았는데 설마 또 얼굴로 날아올 리가 없다고 굳게 믿으며 타석에 선다"고 말했는데요. 마치 군대에서 '박격포가 한 번 떨어진 자리에는 다시 포탄이 떨어질 확률이 낮다'라고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상현은 투수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위협구를 던진다 하더라도 부디 얼굴 쪽이 아니라 허벅지, 엉덩이 쪽으로 해 주세요. 만약 얼굴 쪽에 맞으면 부상이 길어지지만 허벅지에 맞으면 순간적으로 '아' 하고 말거든요. 부탁 드립니다". /신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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