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테이블세터였다. SK가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경기력으로 KIA를 압도할 수 있었던 데에는 1번 정근우(29)와 2번 박재상(29)으로 이어지는 동갑내기 테이블세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들은 중심타자들의 활약 여하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포문을 열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최고의 감으로 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놓았다. 준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정근우는 시리즈 내내 종횡무진 활약했다. 4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17타수 9안타로 타율 5할2푼9리를 쳤다. 볼넷과 사구도 1개씩 얻어 출루율은 5할7푼9리. 도루도 3개나 성공시키며 KIA 배터리를 괴롭혔다. SK의 득점에는 항상 정근우가 있었다. SK가 올린 14득점 중 6득점을 정근우가 밟았다. 2번 박재상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12타수 4안타로 타율 3할3푼3리를 쳤을 뿐만 아니라 볼넷도 무려 5개를 얻어내며 출루율은 5할2푼9리에 달했다. 결정적으로 보내기 번트 3개를 실수없이 성공시켰다. 박재상의 희생번트는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고 그 중 2개는 결승점으로 직결됐다. 정근우-박재상 테이블세터의 준플레이오프 도합 성적은 29타수 13안타 6볼넷 1사구로 타율 4할4푼8리에 출루율은 5할5푼6리였다. SK는 4경기 평균 3.5득점에 그쳤지만 무려 55차례 득점권 찬스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쉴새없이 출루하고,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훌륭한 밥상을 차린 정근우-박재상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KIA는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2번 타순에서 도합 28타수 2안타 2볼넷에 희생플라이 1개까지 포함하면 타율 6푼5리에 출루율은 1할1푼8리밖에 되지 않았다. 테이블세터 싸움에 사실상 준플레이오프 승부가 갈렸다. 정근우와 박재상은 롯데와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기대를 모은다. 정근우는 역대 가을잔치를 통틀어 최고의 감각을 자랑하고 있고, 박재상은 롯데전 통산 91경기 타율 3할1리 16홈런 51타점 14도루의 절대 천적이다. 정근우와 박재상을 잡지 못하면 SK도 잡을 수 없다. 준플레이오프 KIA의 패배가 말해주고 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