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SK가 선발 야구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IA에 1패 후 3연승으로 가볍게 통과한 SK는 강력한 불펜의 힘이 두드러졌다. 2차전부터 불펜 투수들이 1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KIA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대현은 4경기 모두 등판했으며 정우람-박희수가 필승조로서 역할을 다했다. 엄정욱도 1차전에서 만루홈런을 맞았지만 3차전 세이브로 보란듯이 만회했다. 그러나 선발진의 힘도 기대이상이었다. 1차전 김광현, 2차전 송은범, 3차전 브라이언 고든, 4차전 윤희상이 도합 22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3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1.19에 불과한 것이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한 투수는 1차전 김광현이 유일한데 그마저도 4⅔이닝이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SK 선발투수들은 경기당 평균 5.67이닝을 소화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SK 선발진은 경기당 평균 4.36이닝으로 이 부문 최하위였다. 5회를 못 던지고 조기강판된 것만 66경기로 전체 133경기의 절반에 가까웠다. 한 시즌 내내 풀타임 소화한 투수가 없을 정도로 선발난에 시달린 탓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확 달라졌다. 김광현이 5이닝을 던지지 못했지만 1차전 숱한 위기 속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기본 역할을 해줬고,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5이닝 이상 던지며 팀 승리의 발판을 다졌다. 김성근 전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4년과는 조금 다른 마운드 운용을 보이고 있는 대목이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4년간 포스트시즌에서 SK 선발진은 경기당 평균 4.75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27경기 중 5회 이전 내려간 게 12경기였다. 18승 중 선발승은 6승. 선발보다는 강력한 불펜을 앞세운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와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로 재미를 봤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는 선발이 모두 5회를 못 채웠지만 구원투수들의 대활약으로 4연승하며 불펜 야구의 절정을 보였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K 불펜은 변함없이 위력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선발투수의 힘이 더 커졌다. 고든과 윤희상 모두 경기 초반 위기가 있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넘기며 기대이상 호투를 펼쳤다. SK는 이제 불펜만이 전부가 아닌 팀이다. 준플레이오프 막판 24이닝 연속 무실점 중 13이닝이 바로 선발투수들의 몫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롯데를 상대로도 SK가 선발진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