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준플레이오프. 양 팀 선수들 가운데 정상호(29,SK)와 차일목(30,KIA)는 4차전까지 전 경기에 출전함과 동시에 모든 이닝의 수비를 책임졌다. 안방 마님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다 한 셈이다.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한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른 쪽에서 생각해 보자. 정상호와 차일목이 단 한차례도 교체되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결국 이들의 백업 포수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군다나 두 선수 모두 포스트시즌 출전은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출전에 대한 기대는 높아만 갔지만 결국 한 1이닝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경기 전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고 캐치볼을 돕는 등 자신이 맡은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다. 바로 허웅(28,SK)과 이성우(30,KIA)가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모두 프로무대에서 뛰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허웅은 2002년 현대에 입단했다. 그랬던 그가 1군에 오르기까지 정확히 10년이 걸렸다. 현대에는 박경완과 김동수가 버티고 있었고, 현역병 복무 중이던 2006년 현대에서 방출 통보까지 받았다. 일본 독립리그와 테스트를 거쳐 SK에 입단 후 7월 29일, 드디어 대망의 1군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허웅은 올해 27경기에 출전, 타율 2할2푼 3타점 을 기록하는 등 백업 포수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성우 역시 마찬가지다. 2000년 성남서고 졸업 후 지명을 받지 못해 LG에 신고선수로 들어갔지만 정식 선수가 되진 못했다. 결국 이성우는 군복무를 마친 뒤 2006년 당시 SK 감독이었던 조범현 감독의 부름을 받아 데뷔 9년 만에 1군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이성우는 채종범, 김형철과 함께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반대급부로 SK는 전병두와 김연훈을 받았다. 이후 이성우는 4년 동안 77경기에 출전, 통산 타율 1할8푼8리를 기록하고 있다. 어렵게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기에 1군 경기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두 선수에겐 감격이었다. 특히 이성우는 "내 야구인생의 첫 번째 목표는 경기장 전광판에 내 이름 석 자를 넣는 것"이었다며 "이제 그 꿈은 이뤘다"며 웃었다. 그리고 허웅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이 올라간 것 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다. 부모님께서 이만수 감독님께 감사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리고 둘 다 주전 포수의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렸다. 허웅은 박경완의 부상으로, 이성우는 김상훈의 부상으로 인해 각각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됐다. 그렇지만 결국 두 선수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선 출전하지 못했다. 이성우는 "일단 첫 번째 야구 목표였던 '전광판에 내 이름 석 자'는 성공했고 다음 목표는 '포스트시즌에 내 이름 석자 알리기"가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허웅은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기에 아직 기회가 존재하지만 이성우는 KIA의 준PO 탈락으로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포스트시즌 무대, 누군가에겐 매년 진출하기에 덤덤하게 느끼는 선수도 있을 테지만 단 한 타석이라도 들어서고 싶어하는 선수도 있다. 이성우의 출전은 무산됐기에 이제 남은 선수는 허웅. 과연 그가 플레이오프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를 '가문의 영광'이라 했던 허웅의 플레이오프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cleanu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