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광주구장. SK 덕아웃에서는 주인을 잃고 놓인 헬멧 하나가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헬멧이 아니라 헬멧에 쓰여진 글이었죠. 헬멧 안쪽에는 '가을동화, 빨리 일어나!'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가을동화'는 SK의 외야수 조동화(30)의 별명인데요. 조동화는 지난달 20일 사직 롯데전에 중견수로 출장해 수비 중 플라이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정밀 검진 결과 왼 무릎 전방 십자인대와 측부 인대 두 곳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조동화를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선수는 누구일까. 취재진이 열띤 추리를 하던 도중 SK 관계자가 다가와 안치용(32)의 것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안치용과 조동화는 룸메이트라고 합니다. 사실 포스트시즌에서 안치용이 홈런을 치면 헬멧을 보여주며 조동화의 쾌유를 비는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9일 2차전에서 홈런을 치고도 하지 못했다네요. 나중에 안치용에게 헬멧 사건(?)의 진상을 묻자 "(조)동화가 시키는 대로 쓴 것"이라고 발뺌을 하더군요. 안치용 말에 의하면 조동화가 보내준 문자 메시지 그대로 적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홈런 세리머니는 왜 하지 않았을까요? 무뚝뚝한 안치용은 무심하게도 "아, 깜빡했어요"라며 바삐 자리를 떴습니다. 안치용이 쓴 것인지, 정말로 조동화가 시켜서 쓴 것인지는 미스테리지만 안치용의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 흠뻑 묻어나는 헬멧이었습니다. 참, 저 헬멧을 뒤집으면 조동화의 등번호 10번이 하얀 글씨로 새겨져 있는 걸 봐서 안치용의 마음이 담긴 글씨라는 것에 한 표를 던지고 싶네요. / 가을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