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은 할 만큼 한 것 같아서요". KIA 타이거즈의 우완투수 김진우(28)는 경기에서 잘 못던지면 수염을 깎겠다던 약속을 거꾸로 지켰다. 김진우는 지난 1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수염을 기른 것에 대해 "이미지 변신 차원"이라고 말하며 "오늘 만약 나가게 되면 잘 못 던질 경우 수염을 깎겠다"고 선언했다. 그날 김진우는 3⅓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커브, 체인지업 등을 섞어 거침없이 SK 타선을 요리했다. 승패를 떠나 허리가 약하다는 평을 듣던 KIA에게는 의미있는 피칭이었다. 김진우는 12일 "전날 경기에서 져서 좋을 것은 없지만, 내 역할은 할 만큼 한 것 같다"며 2006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소감을 밝혔다. 김진우는 SK 타자들이 꼼짝없이 당했던 자신의 커브에 대해 "키가 크고 다른 선수들이 던지는 것과 손목 각도가 조금 달라서 타자들이 잘 못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감 속에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내가 잘 던졌다는 자신감은 항상 있다. 하지만 어제(11일)는 이기고 있어서 통했을 수도 있다. 상대 타자들이 쫓아간다는 생각에 급해져서 못쳤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우리가 지고 있을 때 집중해서 잘 던져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김진우는 이날 4차전에도 등판했지만 이날은 1이닝 1피안타 1사사구 1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범현(51) KIA 감독은 경기 후 김진우에 대해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마지막에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내년 캠프 잘 준비하면 내년에는 좋은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단 마찰과 임의탈퇴로 공시 등 우여곡절 끝에 마운드에 돌아온 풍운아 김진우. 긴 시간을 돌아온 만큼 갈 길이 멀다. 그가 수염을 계속해서 기를 수 있을 만큼 호투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내년을 더 기대해봐야 할 듯 하다. autumnbb@osen.co.kr
